문화예술권력 탄생하나
문화예술권력 탄생하나
  • 한성천
  • 승인 2007.03.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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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 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진위’)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예술장르별로 분산되어 있는 지역문화예술의 방향설정과 실행을 총괄하여 예향전북(藝鄕全北)의 위상을 제고한다는 목적에서다.

 설립취지에 동감한다. 늦은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문진위에 참여하려는 구성원들과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마음가짐이다.

 경우에 따라선 폭발적 상승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 운영의 묘’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문진위 설립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전망이다.

 지금은 초입단계다. 그러나 출발 전부터 ‘문진위를 통해 예향전북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란 의문이 꼬리를 잇는다. 준비단계부터 주도권 다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원인은 돈 대는 사람과 총괄실행하는 사람을 별개로 둔다는 점이다. 이상적인 구조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잡음이 발출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문진위 설립과 관련한 관계인사 및 주변부에서는 전북도 등 행정기관은 예산을 담당하고, 문진위는 지역문화예술을 총괄 실행한다는 구도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전라북도 문화예술위원회 설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윤곽이 드러났다. 이를 놓고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전북에 문화예술권력이 탄생하느냐?’란 목소리로까지 확대됐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지혜와 힘을 합하여도 부족할 판에 ‘너는 돈만 내고 빠져라.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라는 말과 크게 차별되지 않는다.

 상호협력이 아쉬운 지금,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려를 기우로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자체도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돈을 댔으니 낮을 내야겠다’는 구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자체가 집행하는 모든 예산은 도민들의 혈세다. 당연히 도민이 주인이다. 지자체는 혈세가 누수되는 것을 차단하고, 도민들의 삶이 질적·양적으로 풍요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집행해야 한다. 도민들이 지자체에 우월적 지위를 위임한 것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말 많고 협력치 못해 지역발전을 이루지 못해온 전북. 그런 우리는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 부가가치가 높은 전통문화예술이란 큰 자산을 간직하고 있다. 21C 최고 경쟁자산은 문화예술과 정보라고 학계에서는 말하고 있다. 돌려 말하면, 전북은 20C형이 아니라 21C형 문화예술지역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일부 문화예술계에서 문진위 설립을 놓고 ‘문화예술권력기구 탄생’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관계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이웃 광주는 지난 2004년 전국 최초로 광주시가 45억원의 기금과 사무국 운영비 전액을 출자한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를 설립했다. 준비위원회와 실무위원회의 위원에 광주시 문화관광국장을 비롯해 예총, 언론계, 학계인사들이 참가했다. 이들도 설립과정에서 위원 선정문제와 사무국장 인선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행정기관과 이해가 충돌한 것이다. 결국 주도권다툼이 논쟁거리였다. 하지만 하나로 묶어내는데 힘을 합했다. 지금은 문예기금과 문진위의 지원금으로 문화영상제, 바우처사업, 문화광주 발간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북문진위가 문화권력기구가 아닌 진정한 전북문화예술을 발전·계승시켜 나가는 중심체가 되길 기대해본다.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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