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밀림이 아니다
시장은 밀림이 아니다
  • 김진
  • 승인 2007.03.07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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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本報의 지면을 통하여, 전북도가 현안을 뒤로 한 채 막연한 도정홍보에 치우치는 것을 빗대어 <엔진을 뺀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경제도지사를 자처했던 김완주지사의 민선 4기가 9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속 시원한 성장동력 하나 잡아내지 못하고 거창한 슬로건만 앞세우고 있음을 꼬집는 것 같았다. 전북도는 첨단부품소재 공급기지조성과 식품산업 클라스터, 지역특화형 연구단지 조성 등 3대 新성장산업의 추진을 위하여 힘을 모으고 있단다.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이제 도민들도 뭔가 먹고 살길이 생길 것 같은 얘기들이다.

 그렇지만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궁금한 게 있다. 내용은 다르지만 前 강현욱 지사 당시 2005년 전북도정의 핵심키워드도 新성장동력 창출이었다. 기억으로는 ‘신성장동력 창출 원년 선포식’까지 했던 것 같다. 이처럼 손에 잡히는 것도 없이 성장동력이라는 구호만 반복되는 도정을 지켜보며 도민들은 되묻는다. ‘50년, 100년 먹고 살 수 있다는 성장동력도 좋지만 맞닥뜨린 생활은 언제쯤이나 먹고 살만해 지겠냐?’고.

소비 침체되면 생필품시장만 커져

 

 실제 자본주의 경제의 원동력 중 70%는 민간소비에서 일어난다. 이는 민간소비위축으로 인해 13년에 걸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의 예에서도 증명되었고, 우리도 IMF이후 11년째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도 그랬고 우리도 그렇지만 내수경기 회복을 위하여 정부지출(공적수요)을 늘리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성과는 미미할 뿐이다. 그 이유는 민간소비란 자신의 소득과 고용여건의 흐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민간소비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민간의 소비구조를 보면 경제가 침체되고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소비자들의 수요비중은 서비스부문→제조업제품→식료품·생필품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민간소비의 경우 서비스부문이 전체 소비의 60~70%에 이른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장기침체의 경우 전체소비의 절반이 넘는 서비스 소비는 줄고, 식료품·생필품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을수록 서민들의 식료품과 생필품을 취급하는 대형마트들이 큰 성장세를 기록하는 것이다.

대형마트 1개가 510개 점포 망하게

 일본이 소상공인들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하여 30년에 걸쳐 개방했던 유통시장을 김영삼정부는 1996년 일거에 개방 해버렸다. 결국 유통시장 개방 8년 만에 대형마트는 276개가 생겨났고, 그로인해 소형점포는 14만여 개가 문을 닫았다. 단순비교를 하자면 대형마트 1개로 인해 500개 이상의 점포가 망했다는 얘기가 된다. 대형할인점 1개는 재래시장 9개와 비슷한 매출을 올리며, 시장상인 1천100명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조사 자료도 있다. 정부는 허울 좋게 ‘경쟁력’라는 용어를 들먹이지만 시장은 밀림이 아니다. 육식동물처럼 덤벼드는 재벌들의 대형유통업체와 초식동물처럼 일가족의 생계를 걸고 매달리는 소상인에게 적자생존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생존경쟁과정에서 공생할 수 있는 시간과 여백을 남겨주어야 한다. 지금은 조정자로써 정부(지방점부 포함)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기업 역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소비자의 49%는 구매조건이 동일하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한다고 한다. 당장은 주머니가 얇고 어려운 시기라 가격이 저렴한 대형마트를 이용한다지만 재벌들이 앞 다투어 소상인들을 거리로 몰아내는 형상을 언제까지 호의적으로 바라보진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욕구를 먼저 챙기는 성숙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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