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건 시민들의 힘뿐
믿을건 시민들의 힘뿐
  • 이보원
  • 승인 2007.03.09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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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님 지난 뒤 나팔불기다.

이미 잃을 것 다 잃고 망가질 대로 다 망가졌다.지금에 와서 무엇을 규제하고 무엇을 막겠단 말인가.

 대형마트 입점 규제 추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주 등 6개 시가 대형마트 입점 규제 관련 조례를 제정하겠다며 뒤늦게 칼을 뺐다.

 대형마트로 인한 영세 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보호할 영세 상권이 남아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다음달까지로 조례개정 시한까지 못박았다.

 골자는 상업지역을 제외한 근린상업이나 준주거지역·준공업지역 등에 대형마트 입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지자체에 따라 근린상업지역은 3천㎡이상, 일반주거와 준주거지역은 각각 1천㎡,2천㎡이상 대규모의 점포 입점이 제한된다. 대규모 판매시설 기준은 1천평 이상. 시 지역에는 더이상 매머드급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게 될 모양이다.

 하지만 만시지탄이자 사후약방문이다.

 뚝 까놓고 얘기해서 먹잘 것도 없는 전북지역에 대형마트만 벌써 13개다.

 이마트, 하나로마트, 홈에버, 롯데마트, 홈플러스등 대형마트 간판은 없는게 없고 들어올 건 다 들어왔다.

 불과 얼마전 군산에 대형마트가 오픈했다. 정읍에도 같은회사의 대형매장이 연말안 개장을 준비 중이다.

 전주의 홈플러스는 아직 개점을 못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저러고 있진 않을 것이다.

 이미 지역상권은 송두리째 대형마트들의 수중에 넘어갔다.

 재래시장과 영세상인들은 떡시루 지나간 자리에서 콩고물 바라보는 신세다.

  대형마트들이 지난해 전북에서 거둬들인 매출액은 무려 8천4백억원. 문전성시다.

대형소매점 불변지수를 16개 시·도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북은 대형마트 천국이다.

  전북의 대형소매점 불변지수는 작년 10월말 현재 212. 기준연도인 지난 2000년에 비해 매출액이 무려 112% 늘었다는 뜻이다. 전국 평균(158.0)을 거뜬히 넘었다.

 지난 2001년 도내 12개 대형 유통업체 매출액은 5천396억원.

 올해에는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무시무시한 블랙홀이자 거대한 공룡이다.

 영세상권들은 여기에 휘말리면 뼈도 못 추릴 정도다.

 달리 방법이 없다.

 어차피 들어선 대형마트, 토착화해야 한다.

 잡식성으로 지역자금을 훑어가는 대형마트들을 이대로 방치할 순 없지 않은가.

기댈것은 시민들의 힘밖에 없다.

 광주는 그 힘을 보여줬다.

 지난 1998년 오픈한 광주신세계 백화점을 현지법인화했다.

 기업이 지역을 위해서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생존을 위한 억지춘향이였을 것이다.

 바로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이 등떠밀었다.

 우리도 한번 본떼를 보여주자.

 전주에 오픈한 이마트의 법인화 시도처럼 하는둥 마는둥 흐지부지해서는 죽도밥도 안된다.

 대형마트의 상권잠식은 이미 목까지 차올랐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우리가 대형마트들의 노루뼈가 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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