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가 화를 낸 까닭은
장자(莊子)가 화를 낸 까닭은
  • 이경옥
  • 승인 2007.03.1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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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莊子)는 도(道)를 천지만물의 근본원리라고 보았다. 장자는 “도는 어떤 대상을 욕구하거나 사유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존재를 성립시키며 절로 움직인다”는 이른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했다. 이랬던 장자이기에,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도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장자도 사람인지라 끼니를 거르며 살 수는 없었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장자는 감하후(監河侯)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이에 감하후는 “며칠 후면 세금이 걷힐 것이니 그 때 빌려주겠소”라고 말했다. 그러자 장자는 얼굴을 붉히며 “이곳으로 오던 중에 날 부르는 자가 있기에 돌아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던 붕어였소. 붕어는 내게 ‘그대가 약간의 물만 준다면 날 살릴 수 있을 것이오’라고 애원했소. 이에 나는 ‘곧 남쪽나라로 가는데 그 때 그 곳의 강물을 밀어 너에게 보내주겠다’라고 말했소. 그러자 붕어는 화를 내면서 ‘당장 한 말이나 한 되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나중에 건어물 가게에서 죽어있는 나를 찾으시오’라고 말했다오”라며 감하후를 꾸짖었다.

 <장자> ‘외물편(外物篇)’에 나오는 이 글은 후대에 ‘철부지급’이라는 고사성어로 남았다.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의 급함’이란 뜻으로, 위급한 경우나 몹시 고단하고 옹색함의 비유할 때 종종 인용되는 말이다. 이같은 목마른 붕어와 배고픈 장자의 처지가 바로 지방과 농촌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직장을 찾아, 교육을 위해, 전국에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지방은 더욱 더 목이 마르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이 절실하다. 참여정부에서는 균형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제1단계로 지방분권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고, 아울러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복도시 건설 등 지방의 활력을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균특 회계 예산도 2005년 5조5천억원에서 2007년에는 6조8천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지방에 획기적인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균형발전 2단계 계획도 발표되었다. 즉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해 법인세 경감, 산업용지 확대 등 좋은 투자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지방 초?중등 교육의 수월성 제고, 선진 의료서비스 공급 등 지방의 교육?문화?의료?복지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살기좋은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싹 트는 단계지만, 물을 주고 잘 가꾸면 곧 아름다운 꽃과 열매가 맺힐 것이다.

 그러나 진정 지방이 발전하려면, 외부의 도움 못지않게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외생적이고 물량적인 성장에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내생적이고 질적인 발전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모든 일을 위해 서울로 가야만 했다. 그래서 비행기나 기차나 버스가 모두 서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전주에서 강릉으로, 강릉에서 목포로, 목포에서 상주로, 상주에서 제주로 연결되는 흐름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사람들이 수도권이라는 ‘큰 바다’로 곧장 흘러가지 않도록 농촌과 중소도시에 ‘저수지’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수요가 있어야 공급한다는 생각보다는 공급한 후 수요를 창출해 간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즉 어느 지방에 공항을 설립함에 있어 수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설립해 놓고 수요를 창출해 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수레바퀴 자국에 있는 붕어’가 살아갈 수 있다.

 피터 슈워츠는 저서 ‘미래를 읽는 기술’에서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에 전개될 상황을 예측해 대처 방안을 강구할 것을 강조했다. 21세기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이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지방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지방도 혁신의 주체, 역동적인 발전의 주체로서 그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야겠다.

 우리 모두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희망의 에너지버스에 하나되어 동승하여 가속페달을 신나게 밟고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게 빛날 것이다.

<제주4·3사건처리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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