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작이라고 고칠 수 있을까?
편작이라고 고칠 수 있을까?
  • 채수찬
  • 승인 2007.03.1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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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명의인 편작(編鵲)의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그에게는 형이 둘 있었는데 모두 의원이었다. 하루는 임금이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삼형제 중에서 누가 가장 의술이 뛰어난가?”

“첫 번째는 큰형님이고, 제가 가장 비천합니다.”

“어째서인가?”

"저의 큰형은 환자가 아픔을 느끼기 전에 얼굴빛으로 이미 그 환자에게 닥쳐올 병을 알아 병이 나기도 전에 병의 원인을 제거해 줍니다. 큰형이 고통을 제거해 주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의 둘째형은 환자의 병세가 약할 때 그 병을 알아보고 치료를 해 줍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제 둘째 형이 자신의 큰 병을 다스려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떻게 치료하는가?"

"저는 환자의 병이 커지고 환자가 고통 속에서 신음할 때에야 비로소 병을 알아봅니다. 병세가 심각하므로 맥을 짚어 보아야 했고 진기한 약을 먹여야 했으며,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저의 그런 행위를 눈으로 확인했으므로 제가 자기들의 큰 병을 고쳐주었다고 믿는 것입니다.

10조가 투자되는 국가 SOC 사업

호남고속철도는 오송에서 익산을 거쳐 목포에 이르는 노선으로 오는 2017년까지 총 10조 5,417억원이 소요되는 국가 기반사업이다.

필자는 이미 KTX 전북정차역을 익산행정구역내의 최적지 설치하고, 고속철 전용역사 신설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서남부로 이전했을 때 전라북도 도민 전체가 이용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방안이 향후 장기적인 익산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주장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의 의견을 표시해 왔다. 특히 전북으로 이전할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찬성의 입장을 전달해 오기도 했고, 전북지역에서 기업하는 사람들 역시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밝혀왔다.

다만 필자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시기가 이미 늦은 것이 아니냐며 미심적어 하는 분들도 많았다. 이미 건교부가 지난해 8월 KTX 전북정차역으로 익산역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편작이라고 고칠 수 있을까?

필자는 지금이 비록 조금 늦었지만, 그나마 적기(適期)라고 생각한다. 편작의 ‘큰형’ 처럼 KTX 전북정차역이 1990년(타당성 조사 시작 시점) - 2006년 8월(건교부기본계획 확정)사이에 합리적으로 결정됐더라면, 도민들은 ‘아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료받아’ 그 결정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은 편작의 둘째형의 기간이라고 본다. 건교부는 2006년 11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기본설계를 마치게 되어 있다. 지금 KTX 역사선정에 대한 병세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 치료한다면, 조금 고통스러울 수 있겠지만, 도민들은 자신들의 큰 병을 치료해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행복한 처방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건교부 입장 역시 이 시기에 전북에서 합리적인 안을 제출하면 재검토 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이 시기마저 놓쳐 버린다면, “병세가 심각하므로 맥을 짚어 보아야 했고 진기한 약을 먹여야 했으며,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해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 때는 어떤 편작이 있어서 치료할 수 있을 것인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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