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간다는 의미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
  • 김경아
  • 승인 2007.03.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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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는 신입사원이 들어오고, 교정에는 신입생들로 활기가 넘친다. 신입생들과 복학생들로 북적이는 교정에 서면, 그야말로 대학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변화하고 성장함을 느낄 수 있다. 떠나간 자리엔 새로운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이제 ‘우리들’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시간과 추억을 함께 할 것이다. 과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첫째,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책임을 공유하고, 힘을 모아 이겨내는 것이다. 지금은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혈연·지연·학연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자신의 친지, 태어난 고향, 자신이 졸업한 학교와 동문에 대해서 공동의 책임을 느껴왔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라는 개념이 너무 협소하였고, ‘우리 아닌 그들’에 대한 심각한 배타성과 불공평이 원인이었다. 우리가 제대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문화적으로 익숙한 ‘우리’의 범위를 ‘더 큰 우리들’로 확대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사회적 이슈와 경제적 불평등, 환경문제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책임지려는 자세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둘째,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함께 아파하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얼마 전 종영된 ‘하얀거탑’은 TV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직 30~40대 계층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장준혁은 악인이었지만, 시청자들이 그를 이해하고 싶었던 이유는 장준혁의 삶이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은 30∼40대 전문계층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홀어머니의 외아들 장준혁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살기 위해 죽도록 발버둥치며 겪었을 아픔과 설움을 우리들도 한번쯤 겪어본 것 같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워하기 보다는 안쓰러웠고, 안쓰러워서 이해하고 싶어졌나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선악의 흑백논리로 세상을 논하지 않는 마음이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악인조차도 이해하고 싶고, 용서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해하려는 마음과 마음이 만날 때 우리는 대화를 할 수 있고,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셋째,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꿈꾸는 내일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책임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만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살다보면 이런 날 저런 날이 있기에, 세상살이 힘겨움을 함께 나누고 아픔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다시 일어나기엔 힘겹다. 그러나 함께 열어갈 내일이 있다면 그것은 함께 살아갈 힘이요 이유가 된다.

 우리가 다시 힘을 내어 힘껏 내딛을 수 있는 이유는 내일은 오늘배운 인생만큼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넘어진 오늘은 내일 달리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믿기 때문에 아프긴 해도 서럽지는 않다. 내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다보면, 생각처럼 삶이 쉽지 않음에 지치기도 하고 서럽기까지 한 날도 있다. 살다보면, 생각조차 못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매일매일 눈뜨는 아침마다 감사기도가 저절로 나오고, 이 행복이 내가 가져도 되는 걸까 혼자서 조심스러워지는 날도 있다. 죽도록 열심히 일했는데 왜 나는 이만큼 밖에 오지 못했냐고 내 스스로에게 화나는 날도 있고, 우연찮은 기회로 기대조차 안했던 성공을 거두어 미안하기도 하고 흡족하기도 한 날도 있다.

 이런저런 삶의 365일을 버티어 내는 힘은 ‘희망’이고, 그 희망은 ‘꿈’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가능하다. 희망을 누군가와 함께 키워나가고 있다면, 내가 힘든 날 그가 나를 이끌어 줄 것이요 그가 힘든 날은 내가 손잡아 주며 나아갈 수 있기에 멈추지 않고 나아가리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손 내밀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손 내밀어 준다는 것은 ‘더 큰 우리들’이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책임지는 자세이며, 내 삶처럼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꿈꾸는 내일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대여,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그대여, 우리는 지금 함께 하고픈 내일을 가꾸어 가고 있는가?

<호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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