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로 떠나는 봄여행
호숫가로 떠나는 봄여행
  • 송영석기자
  • 승인 2007.03.22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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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네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봄.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 이해인 ‘봄 편지’

 

 흐드러지게 핀 봄꽃, 하루가 다르게 푸른빛으로 옷을 갈아 있는 나무들, 기분좋게 살랑살랑 불어와 가만히 눈감고 있으면 얼굴을 간지럽히는 따뜻한 바람까지. 바야흐로 봄은 사뿐히 우리 곁에 찾아왔다.

 매양 거저 오는 것 같은 봄이지만 일을 하다가, 혹은 길을 걷다가도 뜬금없는 콧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봄 향기 가득한 지천과 상관없이 깊이 침전해 있는 사람의 마음에서도 오는 듯 하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에 얼어 굳어진 마음은 한결 더 상냥해진다. 거리를 걷는 이들의 얼굴에도 봄은 찾아와 그저 설레는 마음을 표정 가득 담아본다.

 어느 곳보다 이르게 봄의 전령이 완연한 우리 전북. 전국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전라산천 곳곳에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체들이 봄기지개를 편다.

 한껏 푸르름이 감도는 이 곳. 아직 꽃소식은 이르지만 가까이 있어 그닥 특별할 것도 없을 듯한 우리 전북 산천 곳곳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굳이 뭔가를 보려 하지 않아도 만나는 사람들의 따스한 인정만으로도 한껏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땅인 이 곳. 이번 주말에는 천혜의 경치를 자랑하는 곳으로 저마다의 봄나들이길이 나서보자.

 도내에는 각종 스트레스로 찌든 마음 하나 맑게 해주는 도내 곳곳의 호수들이 많다. 지친 일상을 떠나 숨을 고를 수 있는 해주는 완주 동상호를 비롯해 임실 운암호, 진안 용담담 호안도로 등을 달리다보면 어느덧 봄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가를 끼고 도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와 따사로운 햇살에 비쳐 은빛 물고기떼가 뛰노는 듯한 물빛. 주변 경관은 마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 고요하게 넘실댄다.

 따뜻한 햇살에 알맞은 기온. 정말 병 속에 꼭꼭 담아두고 조금씩 꺼내어 느끼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선하다.

 봄은 그리 길지 않다. 주말을 맞아 오는 듯 가버릴 봄을 온몸으로 만끽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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