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교육 현장서 직업교육 도입해야
중등교육 현장서 직업교육 도입해야
  • 한성천
  • 승인 2007.03.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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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이는 우리 나라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초입까지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높은 대학진학률은 ‘청년실업률 상승’이란 부산물을 양산했다. 원인은 여러 가지로 구별된다. 이 가운데 대학으로만 몰리는 청소년들의 진로선택도 하나로 지목된다.

 얼마전 일본의 한 연구소가 한국·일본·프랑스·영국의 취업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2. 6%로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세계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일본은 53.4%에 그쳐 대조적이다. 청소년들이 대학으로만 몰리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다양성과 건강성을 상실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전주의 한 고등학교 진학상담 교사는 매년 입시철만 되면 고뇌에 찬다. 왜곡된 진학위주 진로와 법대·의치대 선호현상이 정도를 넘어선 중등교육의 단면 때문이다.

 “학업적 성취도나 개인적 특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이공계가 맞을 것 같은 학생조차 법대지원서를 써달라고 학부모까지 쫓아와 억지를 부립니다. 자녀의 적성과 특기 등을 충분히 설명하더라도 막무가내입니다. 설득도 해보지만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써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교육이 잘 못 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중등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없는 공교육의 현실에서 비롯된다. 우리 청소년들은 직업에 대해 추상적인 관념만 가지고 있다. 대학에 가서야 윤곽을 잡는다. 결국 뒤늦게 직업을 선택하려다보니 자연히 시행착오를 겪게된다. 심지어 취업재수생, 일명 ‘청년실업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유럽 경제부국이자 OECD 국가 중 학부모 교육만족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일랜드(Ireland)는 중등과정에서 직업교육이 이뤄진다. 한국교육과 큰 대조를 보인다. 아일랜드 청소년들은 이미 중등교육과정에서 직업군에 대한 이론과 실전을 직간접으로 체험하고 비교한 후 미래 사회인으로서 길을 선택하게 된다.

 이들은 고등학생 때 평소 생각했던 직업에 일명 ‘인턴’식으로 학교와 직장을 오간다.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장차 하고 싶은 직업이 엔지니어라면 학교에서 연관된 회사에 방학기간을 활용해 1∼2개월 인턴사원으로 파견한다. 엔지니어 생활을 직·간접으로 체험해본 이 학생은 막연히 생각했던 엔지니어가 자신의 적성과 적합한지를 가늠한 후 ‘아니다’고 판단되면 또 다른 직업을 찾는다. 이렇듯 3년 동안 자신의 직업에 대해 몇 차례 경험을 한 후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 혹은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지 정한다. 자연스레 아일랜드 청소년들은 무조건 대학으로 몰리지 않는다.

 선진국들의 평균 대학진학률 50% 내외가 이를 뒷받침한다. 중등교육과정에서 직업교육을 이미 받았기에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낭비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또 직업에 대해 이들은 구체적으로 분석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한다.

 우리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직업교육은 교과서 몇 페이지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리는 이공계를 비교절하해왔다. 그럼에도 사회근간을 이루고 있는 직업군은 이공계다. 사회구조의 근본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공학도들의 역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중등교육 현장에 직업교육이 도입되어야 하겠다.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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