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발목 잡는 노사갈등
선진국 발목 잡는 노사갈등
  • 이인철
  • 승인 2007.03.27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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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현대자동차전주공장이 2교대 근무제 도입에 대한 노사간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졌다. 실로 10개월만의 일이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에 불안감을 지을 수 없던 도민들로서는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합의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상용차부문 연간 생산능력이 기존 5만대에서 10만대로 늘어나는 등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또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정상 가동된데 이어 지난해 10월 입사통보를 받고도 출근을 못했던 7백여 신입사원들이 출근의 기쁨을 맞보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보여준 노사간 갈등은 우리에게 뜻 깊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더구나 각사업장들이 올해 ‘임단투’를 앞두고 이 같은 노사간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사분규 손실 20조원대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비전2030 민간작업단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과 그리스, 포르투갈,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타이완, 이스라엘 등 7개국은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었지만 2만 달러 도달에 실패한 나라들로써 이들 대부분은 여야가 심하게 대립하는 등 정치체제가 후진적이며 노사분규가 장기화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고질적인 노사분규와 이에 따른 경직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아 선진국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노사관계는 한국의 경우도 비관적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선진국 노사관계의 특성 및 최근변화의 국가간 비교분석과 국내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에서 2001년까지 10년 동안 근로 손실일이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93.5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일본은 연평균 2일에 불과하며 독일은 9일, 영국은 21일, 스웨덴 30일, 미국은 48일로 한국의 노사관계가 일본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갈등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마디로 파업한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잦은 파업은 결국 회사 측에 엄청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한 기업의 경우 노조가 지금까지 20년간 각종파업으로 회사 측에 끼친 손실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회사 측은 집계하고 있다. 매년파업으로 5천270억 원씩을 날려버린 셈이다.

 

 美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

 

 지금 미국 자동차 업계는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GM은 2008년까지 12개 공장을 폐쇄하고 3만5천명을 감원키로 했으며, 포드도 3만8천명,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4천명을 감원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노조의 이 같은 선택은 미국자동차업계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그나마 남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한국의 경우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2월26일자 기사에서 도요타식 신기술개발과 경영합리화를 추구하던 현대차가 잦은 노사분규, 고비용, 저효율문제에 시달리는 GM과 닮은꼴이 되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노조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지금 GM, 포드,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과 인도가 세계적인 공장지역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머잖아 이들 지역이 세계의 공산품 수요를 모두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 전주공장도 2교대가 불가능할 경우 회사 측이 해외이전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이제 우리는 50년 연속흑자와 20년 동안 무파업의 신화를 이어가는 BMW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2교대 타결을 계기로 전라북도가 노사가 하나 되는 산업평화지대로 거듭나 낙후의 멍에를 훌훌 털고 제2의 새만금시대를 열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본보 익산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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