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진달래 화전축제
모악산 진달래 화전축제
  • 송영석기자
  • 승인 2007.04.05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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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뚫고 왔다.

 우리는 봄의 전위

 

 꽃샘 추위에 얼어 떨어져도

 봄날 철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외로운 겨울 산천에

 봄불 내주고 시들기 위해 왔다.

 

 나 온몸으로 겨울 표적되어

 오직 쓰러지기 위해 붉게 왔다.

 

 내 등뒤에 꽃피어 오르는

 너를 위하여

 - 박노해 ‘진달래’

 

 여러 봄 꽃 중에 예로부터 우리와 친숙했고 한민족의 정서에 맞는 꽃으로 진달래를 들 수 있다. 특히나 어렵게 살던 시절, 먹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꽃 중의 하나로 기근을 면하게 해 주는 데에도 일조를 하였으니 시인들이 즐겨 진달래를 노래한 것이 단지 그 화려함 때문만은 아닐 듯 하다.

 멀지 않은 옛날 진달래 나무에서 꽃잎을 따온 가족이 한데 모여 앉아 부쳐먹는 화전이 더 없는 행복감을 안겨줬다고 어른들은 말한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우리 풍습이지만 이런 시절 음식들은 자연과 동화돼 살아가는 옛 어른들의 넉넉하고 지혜로운 여유를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삼월 삼짇날(답청절, 음력 3월 3일)을 전후해서 동산에 나가 붉은 진달래 꽃잎으로 화전을 부치며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겼다. 이를 ‘화유놀이’ 또는 ‘화전놀이’라고 불렀다.

 ‘두견화전’이라고도 불렸던 ‘진달래 화전’은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곱게 빻은 찹쌀가루에 버무려 동글납작하게 빚어서 기름에 지진 찹쌀 전병. 자연의 향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화전에는 우리 조상들의 풍류와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고자 하는 여유로운 마음가짐까지 담겨있다.

 진달래의 아름다운 빛깔과 함께 완연한 춘색을 자랑하는 우리 지역의 어미산인 모악산에서 이번 주 7번째 맞는 진달래 화전축제가 열린다.

 모악산 중턱에 위치한 대원사 일원에서 시작되는 화전축제는 그 어느 곳보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전통의 모습이 살아숨쉬는 고즈넉한 모습들이 일품. 주말을 앞두고 여기저기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고 하니 가족끼리 가벼운 차림으로 등산을 즐기며 봄바람에 솔솔 풍겨오는 향기로운 꽃지짐에 기웃거려볼 일이다.

 전통과 함께 누구나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는 ‘대원사’, 그리고 단아한 경내와 함께 다채롭게 펼쳐지는 문화향연. 아름다운 세시풍속을 현대적으로 나누고 공감하며 함께 즐기는 따뜻한 축제. 그것이 ‘모악산 진달래 화전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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