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로도 먹고 살 수 있다
말(馬)로도 먹고 살 수 있다
  • 김진
  • 승인 2007.04.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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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가축 가운데 하나이다. 신화의 시대에는 신성하게 여겨 숭앙되었고, 전설의 시대에는 신화 질서의 흔적이 작용하여 여러 설화의 주인공과 함께 충실한 화소로 작용한다. 최근 현대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은 아마 <개>일 것이다. 하지만 개와 인간이 친해지기 훨씬 이전부터 말은 인류의 곁에 있었다. 프랑스나 스페인의 선사시대 동굴벽화에 말을 사냥하는 인류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구석기시대 때부터 함께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만 말이 가축으로서 인간에게 사육된 것은 소나 양, 개들이 길들여진 것보다는 훨씬 뒤인 B.C 3천년 경이다. 러시아 서부 및 북서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농업과 운송, 스포츠나 예식, 그리고 전쟁의 수단 등으로 말이 이용된 것이다.

 그렇게 사육된 말은 古代로부터 불과 얼마 전의 과거까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동물로 자리매김 하였다. 미국을 개척한 동반자가 말이었고, 세계 전쟁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말이었다. 특히나 1차 세계대전 때에는 군마만 1백만 마리 이상이 전사했다고 하니, 말의 전쟁수행 활용도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말은 왕의 탄생을 알리는 상서로운 신의 매개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주몽에서의 금와왕도 아버지인 해부로왕이 아들이 없어 고민하다가 천신께 제사를 지내고 곤연이라는 곳에 이르자 왕이 탄 말이 바위를 향해 눈물을 흘려 금와의 탄생을 알렸다고 전한다,

 또 신라의 박혁거세의 탄생설화에는 나정이라는 우물가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백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말은 권력의 상징으로, 때론 신의 사자로서 역할을 하다 보니 예로부터 죽은 사람의 권위를 상징하고 호위하는 신성한 동물로도 여겨져 마형대구(馬形帶鉤) 같은 유물이 무덤에서 출토 되곤 한다. 이밖에도 정설은 아니지만 말이 부와 재생산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말에게 이러한 의미가 부여 된 것은 아마 말의 생식기가 거대하기 때문에 생산능력도 월등하리라는 속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말은 그러한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현대에 와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우리의 경마산업은 이미 75년의 전통과 연인원1600만 명 이상이 즐기는 대중스포츠가 되었고, 최근에는 ‘각설탕’이라는 영화를 통해 말과 기수들의 애틋한 감성을 관객들에게 전해주기도 하였다.

 그러한 말이 우리 전북지역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로 지난주에 한국마사회가 1천160억 원을 투자하여 46만평 규모로 공식 개장한 <장수 경주마 목장> 때문이다. 바람직한 것은 마사회의 제주와 원당의 목장은 우량마 생산과 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장수는 그에 머물지 않고 관광레포츠 분야로 까지 사업의 영역을 다각화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참 바람직한 일이다 싶어 한 가지 보태고 싶은 말이 있다. 국산경주마 시장은94년 당시에는 신규공급마의 80% 정도를 수입마에 의존했지만, 2004년 현재 74%정도의 국산마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즉 국산마의 생산은 정착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제는 생산에 대한 증가보다는 질적인 수준에서 성패가 갈린다고 보아야 한다. 실례로 지난주에 제주경주마육성목장에서 열린 국산마(馬) 경매에서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출품한 2년생 수말이 현재까지 최고가인 9600만원에 낙찰 되었다. 국산마도 품종만 우수하면 한 마리당 1억 원대를 호가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가격경신은 국산마에 대한 과학적인 육성과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이뤄낸 것으로, 향후 국산마 육성산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장수군과 전북도는 말(馬)로 먹고 살 수 있는 경마, 레포츠, 경주마생산 등 종합적인 경마산업 육성에 집중적인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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