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막동과 태평양 경영시대
죽막동과 태평양 경영시대
  • 안진
  • 승인 2007.04.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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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들을 실은 배와 비행기가 수 없이 태평양을 횡단하고 있다. 작년에 우리나라의 총수출입물량은 6천300억불이었고, 미국과 거래는 780억불에 달하였다. 4월2일 한미 FTA 체결은 지난한 20세기의 시련을 극복하고 한류의 물길이 태평양을 가로 질러 로키산맥에 닿도록 하였다.

변산반도의 서쪽 끝에 비안도와 고군산도 등 지금의 새만금 방조제 끝이 내려 보이는 죽막 마을에는 풍어를 기원했던 수성당이 있다. 1991년에 그 뒤뜰에서 제사유물이 발굴되었다. 제사유물은 삼국시대를 전후한 것과 고려와 조선시대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서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백제와 대가야, 중국 남조, 왜 등의 유물들이다.

항해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사용된 제기는 그 때의 국제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 대가야는 당시에 철을 생산하여 왜와 중국에 무역을 하여 살아가는 기술선진국이었다고 본다. 오늘날 글로벌시대에 우리 선박들이 철강제품을 싣고 전 세계로 향하는 데 그 철기문화가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그러나 이조의 폐쇄정책은 16세기말에 한반도를 피폐하게 만든 7년간의 임진왜란을 몰고 왔고, 해양 문화발달에도 악영향을 주어 조공무역인 대마도와의 거래 외에는 이렇다할 것을 남겨놓지 못하였다. 결국에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들이 개항을 요구해도 그 의미를 모를 정도로 해양 교역문화에 어두웠던 이 나라는 무지의 나락으로 떨어져, 20세기 초에 백성들은 나라 없는 설움을 맛보는 국제적인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새로운 태평양시대의 이정표를 제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에 남미의 칠레와 자유무역을 체결한지 3년이 지난 지금 한 단계 격상된 우리 위상에 걸맞게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호주와 캐나다 등 태평양의 다른 여러 나라와도 FTA를 체결하여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세계 제1의 경제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과 FTA를 먼저 체결하였다고 하여 경제적인 많은 과제들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분명히 한국경제는 20세기 후반보다는 훨씬 넓은 영역에서 능동적으로 세계경제에 참여하여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낼 것이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19세기말과 20세기에 전개되었던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환경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웃 일본은 유럽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19세기 중반에 미국과 개항하면서 태평양 연안의 남미와 호주, 아시아를 포함하는 세계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목표와 과정이 지금과 같이 서로를 이해하고 상생하는 윈윈 전략이 아닌 힘에 바탕을 둔 것으로 역사적으로 실패하였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보다 많은 시간을 갖고서 세계를 인식하고 국제적인 관계설정아래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는 점을 깊게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후발주자로서 글로벌시대에 중심이 되고 있는 태평양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고 경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태평양에 접하고 있는 나라와 민족은 많다. 알다시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일본, 중국.. 등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미 FTA는 21세기에 평화롭고 풍요로운 태평양시대를 열어가는 데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노는 젊은이들은 지식을 창출하며 새롭게 다가오는 문명의 주인공들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들은 글로벌 정서의 함양과 성숙한 자세를 더욱 견지해 나가야 한다. 과거에 죽막동 수성당에서 바라보았던 국제 교역항로는 이제 태평양으로 길게 뻗어 나가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도 풀지 못한 통일의 과제가 있다. 여기에는 민족정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태평양 경영시대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정서와 민족정서를 슬기롭게 조화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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