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부터 기회평등을 가르치자!
교육에서부터 기회평등을 가르치자!
  • 한성천
  • 승인 2007.04.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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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기러기 아빠인 지인이 술자리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미국사회를 잘 알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면서 횡설수설했다.

 이야기인즉, 지인은 올초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조기유학 보냈다. 글로벌인재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그러나 미국생활에 잘 적응할지, 공부는 잘 따라갈지, 친구들과 잘 사귈지 등등 걱정은 꼬리를 물었다.

 며칠전 늦은 밤 보고싶던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인은 ‘잘 지내냐’고 짤막하게 인사했다. 그리곤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글쎄 우리 애가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유를 알고 보니 한국교육이 좀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지인은 부인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인종차별 받는 것 같은데 배울점이 있다니. 아리송했다. 머리가 멍했다. 수천만원을 들여 부인과 아이를 미국으로 날려 보냈기 때문이다.

 지인 부인의 말은 이랬다. 부인은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아들도 학교에서 각종 발표회때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한국방식대로. 그러나 교사는 아이를 외면했다. 오히려 조용히 손을 드는 미국 아이를 지목해 발표기회를 줬다. 아이는 약이 올랐다. 아예 일어서며 손을 들었다. 또 큰소리로 교사의 눈을 잡으려 노력했다. 10번 하면 1번 기회가 올까말까했다. 아이는 점차 의욕을 상실했다. 일어서지도, 소리지르지도 않았다.

 기죽은 아이는 엄마에게 교사가 인종차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인은 흥분했다. 홧김에 다음날 학교로 쫓아갔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한국애라고 인종차별하느냐’고 항의했다. 한국아이 엄마의 하소연을 듣던 교사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부인은 자신까지 무시하는 것처럼 여겼다. 이야기를 다 들은 교사는 말했다.

 “한국사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라고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큰소리치는 아이에게 그만큼 기회를 더 주는 비합리적 교육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미국교육은 액션이 크다고, 목소리가 크다고 우선권을 주지 않습니다. 고르게 기회를 주기 위해 순서를 지킬 뿐입니다. 차별받는다는 생각은 버려주시기 바랍니다.”

 부인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한국교육의 잘못된 관행이 사회까지 병들게 했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미국교사의 지적이 틀리지 않다. 교통사고가 나도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고함부터 지른다. 마음 약한 사람은 자신이 잘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정치는 더욱 심하다. 방송에서 보면 의원들이 고함을 지르며 질타한다. 지적을 받는 사람이 아주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우리는 배웠다. 큰소리로 ‘저요’하라고. 그래야 인정받는다고. 그런 소리 큰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교육방식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소리 지르지 않아도, 동작이 크지 않아도 고르게 기회가 주어지는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교육현장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몇 가지 발표순서를 정해 연동한다면 학생들은 언제 걸릴지 몰라 준비해오게 될 것이다. 학습효과도 기대된다.

 헌법에 국민은 ‘평등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사회에서는 평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목소리 큰 사람에게, 힘 센 사람에게 자신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비합리적인 사회를 이제는 개선해 나가야 하겠다.

 교육현장에서 기회평등을 가르치는 세심한 교수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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