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있는 도시를 지향하며
정체성 있는 도시를 지향하며
  • 송택신
  • 승인 2007.04.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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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발전으로 집중되는 도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것들과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며 도시는 새롭게 발전해 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사유재산의 경제적 가치와 공공의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면서 도시는 나름대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근래 우리나라 혁신도시·기업도시 등의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진행됨에 따라 농·어촌이나 도시의 경관 및 도시공간구성에 대해 일반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외국여행을 자주 다녀오면서 안목이 높아지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에 따라 2006년도에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경관법과 공공디자인 진흥법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나름대로 도시미관에 주력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농·어촌경관이나 도시경관의 전반적인 질은 그 수준이 너무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경관 및 도시공간구성 악화요소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농·어촌주택의 형태와 색채다. 1970년대 농어촌 취락구조 개선사업이나 새마을 사업을 통해 형성되어 온 결과 단순하고 획일적인데 그것이 30여년 지난 지금까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우리나라 전원풍경을 혼란스럽고 품위 없게 만들어 버렸다.

 한 시야에 들어오는 마을에 빨강·주황·녹색·파랑·회색이 지붕색으로 혼재하고 벽은 벽돌·타일 여러 가지 색의 페인트 등이 무질서하게 섞여있다.

 거기에 옥상물탱크의 노랑·파랑색이 가세하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둘째, 도시나 전원을 막론하고 경관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요소는 아파트인데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스카이라인과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외관 엄청난 매스(mass;큰 덩어리)가 시야를 가로막는 풍경도 참으로 혼란스럽다. 최근 건축되고 있는 아파트는 종래의 판형(板形)·상자형 배치에서 벗어나 높이의 변화와 형태 입면의 다양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발전이기는 하다. 아파트의 외장색도 너무 강하고 측벽에는 예외 없이 화려한 슈퍼그래픽을 그려 넣어 시각적인 안정감과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셋째, 도시의 가로경관을 세계최악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주범은 옥외광고물 즉 간판이다.

 절제되지 않는 고채도(高彩度)의 색을 마구쓰고 있고 조악한 디자인과 업소당간판수·크기·재질·설치위치 등이 모든 거리의 풍경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건물 설계 시 외부디자인이나 마감재를 선택할 때 고민하게 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준공 후 도로변 건물 외벽을 거의 간판으로 덮기 때문이다. 그것도 부족해 유리창까지 간판으로 활용해버리기 때문에 간판만 보이게 되는데 그것도 형태나 크기 등이 통일감·규격화가 되어 있질 않으므로 더욱 혼란스럽게만 보이는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게리(Frank Owen Gehry)가 우리도시를 보고 쓰레기더미 같다고 했을까. 수년전 한국을 다녀온 인상을 학생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넷째, 도시가로를 구성하고 있는 시설물들이 관리부서와 관련법령이 각기 달라 유기적·통합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바와 같이 농·어촌 및 도시경관의 문제해결을 위해 나타난 문제점들을 계획단계부터 기본계획 및 정비계획을 수립 연차적으로 시행·정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건축물이나 가로를 구성하는 시설물(전신주·신호등·가로등·승강장등) 개개의 요소와 디자인이 아무리 우수해도 일정한 통일성이 없으면 도시전체가 혼란스러운 공간이 된다.

 간판도 색채와 디자인을 표준화·규격화시켜서 건축물 설계 시 반영해주면 어떨까?

 아파트 디자인에 관해서도 고급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층수·형태·입면·외부마감재 등에 변화를 주어야할 것이다.

 또한 단일건물이나 시설물의 디자인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거시적 안목으로 도시전체 또는 가로의 문맥을 존중함으로써 차분하고 품격있는 거리, 정체성이 있는 도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도시가 편하고 아름답게 바뀐다는 것은 그 지역민의 삶이 한층 여유롭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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