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실패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
  • 김윤태
  • 승인 2007.04.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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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영국의 유명한 정치인 이녹 파웰은 “모든 정치적 경력은 실패로 끝난다”고 말했다. 모든 정치인이 결국에는 실패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실패한 정치인은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역대 대통령의 정치적 실패가 반복되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도가 집권 초기에는 60%를 넘다가 후반기에는 곤두박질쳐 바닥을 헤맸다. 노무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대선 당시의 높은 기대는 사라지고 첫 해부터 지지율이 20%로 떨어져 집권 후반에는 10%대에 머물렀다. 이 정도면 거의 식물정권 수준이다.


최근 청와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30%대로 상승하면서 레임덕을 피했다고 안도하는 듯 하다. 언론에서도 임기말 레임덕이 사라진 ‘이상현상’에 어리둥절하고 있다. 하지만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에 감탄한다면,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30%의 지지율도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수행하기에는 매우 역부족이다. 게다가 한 솥밥을 먹었던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15% 수준이고,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2-3%에 불과하다. 지난 총선에서 ‘100년 정당’을 자신하다가 이제는 선거에 후보도 내지 못하고 언제 해체할지 모르는 ‘하루살이 정당’으로 전락했다. 이는 열린우리당의 잘못도 크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대북송검 특검, 부안 원전센터, 무능한 측근 인사는 거론하지 않겠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이 기대하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에 실패하고 교육개혁의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 경제성장도 고용창출, 사회복지 확대도 신통치 못하다. 그래도 내가 만난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거라고 항변한다. 행정수도 건설, 공공기관과 용산미군기지의 이전, 전시작전지휘권 이양은 ‘역사적 업적’이라고 자평한다.


 이는 지나친 자화자찬이다. 이전 정부가 이룩한 군부의 정치개입 근절, 금융실명제, 복지제도, 남북정상회담, 정보화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굳이 좋게 보자면 정경유착을 없애고 돈 안 드는 선거를 실시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는 필요한 개혁이었지만 과거의 나쁜 유산을 청산하는 부정적 개혁에 그쳤다.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긍정적 개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구시대의 마지막 인물’이지만 ‘새로운 시대의 첫 인물’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뼈저린 실패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우선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고착된 지역주의 정당체제를 없애는 ‘탈지역주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민주당의 분당과 열린우리당의 창당, 그리고 한나라당과 대연정하자는 제안은 모두 지역주의를 없애겠다는 논리의 연장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다수 국민들은 지역갈등보다 빈부갈등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보통사람들에게는 대연정, 선거제도 개편, 4년중임제 개헌보다 좋은 학교, 내 집 마련, 양질의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못 정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노무현 정부의 정책방향이 오락가락 한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대미외교와 대북정책도 갈지 자 걸음처럼 “반미면 좀 어떠냐”고 했다가,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에 할 말 하는 자주외교를 한다고 했다가 미국의 요청대로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파병하기로 했다. 부동산정책도 이리저리 흔들려 아파트의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가, 나중에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책 혼란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은 아무런 효력을 보지 못했다.


 최소한 노무현 정부가 다음 정부에 주는 교훈이 있다. 정권이 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정부는 정책에 관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12월에는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선출한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주는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건양대학교 사회학 교수, ‘한국의 전망’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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