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전북인재 만들기
자랑스런 전북인재 만들기
  • 승인 2007.04.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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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자식들에게 공짜로 한 달 동안 해외여행 건수로 전북도의 글로벌 인재양성 해외연수가 인기 절정이다. 전라북도에서 직접 40억원의 예산을 들여 미주지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연수생을 선발하다보니 경쟁률도 치열하고 위탁업체 선정에도 말이 많다.

 그러나, 인재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인재육성 사업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교육전문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기획, 예산, 운영 등을 도맡아 처리하다보니 인재육성이라기 보다는 선심정책으로 전시행정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북도가 신설부서에서 신임업무 담당자가 위탁업체를 선정한다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작성하다 보니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전북도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에 이윤추구가 목적인 상업적인 요소가 개입되면 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돈이 목적이 되어 근본 취지가 변질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인재는 단순히 해외연수를 한 달간 갔다온다고 해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을 비롯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글로벌 인재란 전문성 등 업무역량과 함께 도덕성, 인간적인 매력 등 인성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국제화에 대응하여 언어를 익히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닌 것이다. 어학연수 한 달 갔다 왔다고해서 금새 영어가 능숙해지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사실 갔다와도 영어 못하고 안갔다와도 영어는 못한다. 그냥 떠들고 안녕이라는 인사치례 5분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수업시간이 끝나면 외국인과 어울려 노는 것이 아니라 연수생끼리 모여 소일한다. 몇 백만원씩 들여 효과가 거의 없는 어학연수보다 아예 한국에서 영어마을에 가는 것이 비용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다. 글로벌 인재의 필수요건인 영어가 10년해도 늘지 않았는데 한 달만에 향상된다면 영어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령, 전국민의 관심사인 영어에 집중한다면 해외에 보내지 않고도 지금있는 영어마을을 잘 활용만 해도 가능하다. 물론 지금 이대로가 아닌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현재 운영 중인 전주 영어마을은 경기도를 비롯한 타시도 영어마을보다 규모도 초라할뿐더러 시설이 열악하다. 덧붙여, 행정은 기초단체, 원어민 교사는 도교육청, 내국인 강사는 시교육청에서 주관하여 겉모양은 하나이나 실질적으로 3원화로 분리되어 있어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중심점없이 선심정책에 기반한 지금 상태로는 홍보효과는 거둘 수 있을지라도 인재육성이라는 근본 목표는 도달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전북도와 전주시는 예산에 관한 지원만을 담당하고 실질적인 운영은 전적으로 교육청에 맡겨 전문성을 높이고 우리 학생들에게 외국에 안나가도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시설과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은 전북에 있는 잠재적 리더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단순히 전북에 1년 이상 주소를 두었다고 자격요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북의 역사, 문화,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북에서 태어나고 자라 전북의 정서를 몸과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평균 성적 ‘미’ 이상 또는 대학생의 경우 평균 ‘B’이상으로 일반적인 기준은 인재선발 기준이라기보다는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해외여행 기회를 주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모두가 핵심인재가 되어 이 프로그램이 필요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따라서, 핵심인재 요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전북이 필요로 하고 그 분야에서 자랑스런 전북인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구비한 인적자원이어야만 한다. 글로벌 인재는 누구든지 될 수는 있지만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인재란 요즘 유행하는 말로 1명이 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인재육성은 양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꾸준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교육비도 엄청나게 투자하면 올해 안에 글로벌 인재를 다수 확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적어도 10년은 걸린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어찌 1~2년만에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전북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머리(腦)로는 전문지식을 쌓고, 손(手)으로는 첨단기기에 능숙하고, 입(口)으로는 국제적 언어에 능통하며, 눈(目)으로는 먼 미래 비전을 갖고 있고, 가슴(心)으로는 자기와 다른 인종에 대한 이해, 문화가 다른 국가에 대한 배려를 갖고 있는 자랑스런 전북인을 만들어 보자. 이를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 속에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필수적이다. 전북이 글로벌 인재를 육성, 확보한다면 전북의 미래성장 동력의 발판이 마련되고 이에 대한 칭찬은 다름아닌 전북도와 도지사에게 자연스럽게 귀결될 것이다.

<황석규 전북생명의 숲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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