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조승희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의 병력자다. 그는 8세 때 미국에 이민 가서 성장한 교포 1.5세로 미국 영주권자이지만 국적은 한국이다. 미국의 언론과 주변인들이 전하는 조씨는 아주 괴상한 성격과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기숙사 방의 친구와도 애기를 나누지 않고,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가 쓴 희곡작품에는 총과 전기톱이 등장하며 의붓아버지?교사 등을 변태 사탄으로 묘사하면서 끔찍한 살인극을 되풀이 하는 등 사회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미국 NBC방송이 공개한 조씨의 동영상에는 세상에 대한 울분, 부자(?)에 대한 반감, 타인에 대한 저주가 두서없이 엉켜 있었다.
“시간이 됐다. 거사는 오늘이다. 당신은 오늘과 같은 참사를 피할 수 있는 천억 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가 동영상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선언문은 자기 합리화로 시작한다.
“누가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 목구멍으로 쓰레기를 넘기는 기분, 자기 무덤을 파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아? 양쪽 귀까지 입을 찢기는 기분은 알아?" 라는 표현들은 분노의 단어들이다. 그는 심지어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혀 굴욕을 당하고 피 흘려 죽는 모습으로 묘사했고, 예수처럼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기 위해 죽는다고 자신의 죽음을 미화할 정도니 자신이 소 영웅적인 듯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분노를 반사회적인 계획범죄로 옮겨 32명의 무고한 사람을 살해했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왜 무차별 살상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모른다. 다만 그는 동영상에서 “너희는 모든 것을 가졌고 내 피를 흘리도록 했다”고 말한 걸로 볼 때 세상과 부유층에 대한 증오, 이로 인한 총기 구입, 사격연습의 정황으로 볼 때 준비된 범행임은 틀림없다.
이번 버지니아 총격 참사를 계기로 미국 사회에 총기 규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 총기 구입은 장난감을 사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미국인의 3명중 1명은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팔린 총기는 약 2억정에 이른단다. 특히 버지니아주선 12살이면 총기구입이 가능하다고 하니 범죄의 문은 항시 열려있는 셈이다.
지난 2005년 미국에서 발생한 1만4860건의 살인사건 중 68%인 1만105건이 총기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한다. 매일 28명이 총에 맞아 죽은 셈이다. 또 강도사건이나 성폭행도 총기를 이용한 범죄가 압도적이라는 데는 미 정부가 범죄를 부추기고 양산하는 꼴이다. 시급히 총기규제 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민자 가정의 자녀교육 문제나 미국유학의 어두운 그늘을 보살피는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동포사회가 제2의 조승희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려야 할 것이다.
<수필가·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