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을 익힌 닭
무공을 익힌 닭
  • 최성욱
  • 승인 2007.04.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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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용 병아리 부화기에 넣어 21일간의 정성 끝에 마침내 병아리가 태어 났다. 병아리의 ‘부화되는 모습’ 관찰하기는 아이의 숙제였다. 유정란 (농협 또는 풀무원 유정란)을 사서 실습용 부화기에 넣고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알을 굴려 주어 부화가 잘 되도록 했다. 마침내 21일째 되는 날에는 부리로 쪼아 대더니 절반으로 나누어진 껍질에 발을 대고 힘차게 밀고 태어난 병아리는 마치 우주인이 우주선 뚜껑을 열고 지구인과 조우하듯 신비롭기만 했다. 부화기에서 충분히 잘 자란 병아리는 마당 뜰에 놓아 키웠는데, 하루는 아이가 무척 자랑스러운 듯이 내게 뛰어와 “아빠! 내 병아리가 곤충의 왕을 먹이 치웠어!”라고 외쳤다. 사마귀가 '곤충의 왕'이라는 사실을 어린 아이를 통해 그 때 비로소 알았다.

 얼마 후, 좀 더 자란 어린 닭을 적적해 하시는 은사님께 소일거리로 키우시라고 선물로 드렸다.

그런데 어느 날 아랫마을의 개가 올라와서 닭들을 물어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내가 선물 한 닭은 어떤지 여쭈어 보았다. “무공을 익힌 자네 닭은 안전하네!”라고 말씀하셨다. 그 곳으로 옮겨 온 이후로 항상 높은 소나무위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아랫마을 개의 침입 때에도 무공 실력을 발휘하여 높은 소나무에 올라가 있어서 피해가 없었다고 환한 웃음을 지으셨다.

 현재 사람들이 기르고 있는 닭은 3000∼4000년 전에 미얀마·말레이시아·인도 등지에서 들닭(野鷄)을 길들여 가축화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처음에는 투계(鬪鷄)와 새벽을 알리는 태양의 영조(靈鳥)로서 길들여졌다가, BC 1000년경부터 페르시아와 게르만 지역으로, 이어 오락 또는 종교적 의의를 가지고 고대의 그리스와 로마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닭이 우리 몸에 좋은 점을 한 번 알아보자!

 첫째, 노화를 방지한다. 부위별로, 날개에는 콜라겐 성분이 들어 있어 세포를 윤택하게 하며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이 많아서 정력을 보강시키는 효능이 있다. 닭 날개를 많이 먹으면 바람이 난다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다.

 둘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닭고기는 타 육류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 신체 활동량이 적은 사무직 근로자에게 적합한 음식이다. 섬유질이 가늘고 연하며 지방이 근육섬유 속에 들어있지 않아 소화흡수가 잘된다.

 셋째,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항암 작용을 한다. 닭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과 리놀에산이 함유되어 있어 암 발생을 억제해 주는 것은 물론 동맥경화, 심장병 등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넷째, 스트레스를 이겨내도록 도와준다. 닭고기는 단백질이 많은 육류로 두뇌성장을 돕는 역할은 물론 몸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뼈대의 역할, 세포조직의 생성, 각종 질병을 예방해 준다.

 2006년 기준으로 볼 때 우리 나라 닭 전체 중 54%가 산란계이며, 37%가 육계이고, 나머지는 종계와 겸용계이다. 양계도 기술진보와 더불어 전업화, 계열화가 필요하다. 한미 FTA 타결로 양계농가가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 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높이 피한 ‘무공을 익힌 닭’처럼 한미 FTA와 같은 높은 파고를 농어민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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