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수의 JIFF 리뷰 - 슈뢰더의 멋진 세계
장병수의 JIFF 리뷰 - 슈뢰더의 멋진 세계
  • 장병수
  • 승인 2007.04.30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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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해체 위한 환상프로젝트
 2006년 제55회 만하임-하이델베르크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미카엘 쇼르(Michael Schorr) 감독의 ‘슈뢰더의 멋진 세계’(2006)라는 영화가 독일 밖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섰다. 인디비전 경쟁 부분에 출품된 이 작품을 쇼르 감독은 ‘경계선 영화’라고 규정했다. 영화 ‘슈뢰더의 멋진 세계’에서 경계, 즉 정치적인 경계, 문화적인 그리고 뿌리 깊이 박힌 경계들이 중심 역할을 한다.


 영화의 배경은 슈뢰더의 고향인 타우리츠로 이곳은 독일, 폴란드 그리고 체코 3개국이 접해있는 접경지역이다. 그래서 슈뢰더는 이곳에 거대한 인공 열대낙원 프로젝트를 러시아 혈통의 미국계 투자가인 존 그레고리 사장에게 제안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슈뢰더는 동구권의 몰락과 독일 통일 이후 급격하게 침체된 이 지역을 총체적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더욱이 글로벌화 되어 가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과거에 적대적으로 치달은 감정을 치유하고, 이웃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러나 잠재적인 협력 파트너들은 각자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골몰한다. 타우리츠의 시장인 슈뢰더의 아버지인 테오는 아들의 프로젝트를 무시한 채 지하실에 있는 터키탕으로 자리를 옮긴다. 또한 이웃 체코 지역의 시장인 야나체크 역시 자신이 독점하고 있는 골프장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 게다가 슈뢰더의 외삼촌인 빅베르트 역시 그곳에 있는 자신의 땅이 외부의 위협적인 힘에 의해서 상실될까 걱정한다. 하지만 슈뢰더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여 감동적인 축제를 준비한다.


  도시에서 살 때 이웃집 여자인 마리아를 초청해서 축제에 적합한 음악을 선곡해두고, 요리사를 설득해서 세계에서 최고로 큰 감자 경단을 준비하고, 야나체크 체코 시장을 설득하기 위해서 그가 좋아하는 늑대 사냥을 준비한다. 그러나 이곳엔 오래전부터 늑대가 살지 않기 때문에 외삼촌인 빅베르트는 청년을 고용하여 늑대울음 소리가 녹음된 오디오를 숲속에서 울려 퍼지도록 연출하여 코믹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갑작스런 폭풍우로 인해 사냥은 중단되고 축제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음악만 힘차게 울려 퍼진다.


 결국 슈뢰더의 꿈은 경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접경지역의 이해타산으로 인해서 경계가 허물어지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말미에 보여준 세 남자가 함께 앉아 있는 장면은 동지애적인 강인함과 더불어 극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밖에도 타우리츠로 들어서는 통로 역할을 하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세 명의 할머니의 의미를 추적해 보는 것도 이 영화보기의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슈뢰더의 멋진 세계’에서 보여준 고령화된 농촌과 열대 낙원 개발 프로젝트라는 아이러니 한 현실은 사라졌던 늑대의 출몰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책 없는 농촌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 영화는 1일 마지막으로 상영된다.


<영화평론가·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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