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수의 jiff 리뷰-마더랜드 호텔
장병수의 jiff 리뷰-마더랜드 호텔
  • 장병수
  • 승인 2007.05.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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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인간의 극단은 어디인가?
터키영화는 60, 70년대 절정기를 맞이하면서 터키 특유의 다문화적인 사회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이후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문제에서 벗어나 인간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새로운 경향의 영화는 터키 영화사에서 가장 철학적인 감독으로 손꼽히는 외메르 카브르 Kavur 감독의 ‘마더랜드 호텔’(Motherland Hotel 1986)에 잘 반영되어 있다.

영화는 어느 아름다운 여인이 호텔의 숙박부에 등록하는 장면을 로우 키를 통해서 보여 준다. 그 호텔은 제베르체라는 젊은이가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은 소도시 역 근처에 있는 ‘마더랜드 호텔’이다. 제베르체는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여자 종업원과 함께 반복적인 일상생활에 익숙해 있다. 죽은 어머니를 닮은 아름다운 여인은 다음날 아침에 금주 내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호텔을 떠난다. 이후 제베르체는 그 여인에 대해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정신적인 공허 상태에 이르게 된다.

카브르 감독은 이 영화를 프로이드의 심리학에 기초해서 병적인 외로움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의 극단적인 심리 상태의 변화 과정을 추적해간다. 그의 들뜬 기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는 시간의 변화를 자막으로 처리한다- 초조함으로 이어져 급기야 정신병적인 증상을 보인다. 그의 초조함은 극도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만, 그녀가 묵었던 1호실 침대에 누워 안정을 되찾곤 한다.

점차 그는 투숙객들을 거부한 채 잦은 외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닭싸움 도박장에서 만난 청년으로부터 동성애적인 제의를 받지만, 거부한 채 호텔로 돌아온다. 호텔에 돌아온 그는 잠을 자고 있는 여종업원과 정사를 벌이다 그녀를 목 졸라 살해한다. 이 사건에 대한 죄책감은 우연하게 경험한 법정의 재판과정을 목격하면서 심리적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그는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결국 18일째 되는 날 여인이 묵었던 1호실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다.

제베르체가 목을 매고 자살하는 것은 이미 영화 초반부에서 보여주는 빨랫줄, 이발사가 수건으로 그의 목을 깊게 감싸는 장면의 클로즈업과 킥복싱에서 목을 죄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무언의 암시를 제공한다. 이 영화는 고독, 애정결핍, 강박관념 그리고 억압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극단적인 심리 변화를 충실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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