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싫은데
마음만은 싫은데
  • 김진
  • 승인 2007.05.03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50년, 미국의 국민총생산(GNP)은 일본의 24배였다. 그만큼 일본은 가난했고, 전쟁복구는 꿈도 못 꿀 지경이었다. 하지만 동서 냉전의 절정기였던 국제정세와 한국전쟁을 기회로 패전국인 일본은 전쟁배상금 한 푼 물지 않고, 오히려 서방으로부터 670억 엔이라는 대규모원조를 받게 된다. 이 금액은 당시 일본의 3년 치 국가예산과 같은 금액이다. 일본은 그 돈으로 도로와 철도, 댐을 건설하였고 한발 더 나아가 고속전철를 건설하여 우리보다 꼭 40년을 앞서 1964년에 신간센을 개통하게 된다. 그런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인 일본은 인도에 이어 세계은행 2위의 채무국이 된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얘기하면 일본은 서방으로부터 돈을 차입한지 불과 15년 정도의 기간과, 신간센이 개통된 지 5년이 채 못 된 1968년에 서독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부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패전 20년 만에 세계 2위의 부국이 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 일수 없다. 서독이 그렇게 일어섰을 때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했고, 우리가 고도성장을 이루었을 때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다. 일본을 비유해 아무도 기적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기적이었다. 이러한 세계의 경제적인 기적들은 어디서부터 시작 되었을까? 앞서 일본의 예에서 보았듯이 당장 먹고 살 것도 없는 나라에서 고속전철을 건설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지만 신간센은 일본의 혈관이 되어 일본경제의 심장을 살려냈다. 경제를 이끄는데 교통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 육지 속의 섬

 그러한 것을 생각하면 전북의 발길은 참담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군산항이 있으나 교역의 교두보도 아니고, 공항이라고 있지만 전북의 서쪽 끝에 위치해 차량이용보다도 불편하다. 호남선 고속화사업은 시끄럽기만 하지 진척이 더디고, 전라선은 홀대 받은 지 오래되어 논할 기운도 없다. 가히 ‘육지 속의 섬’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너나없이 지역발전을 얘기하고, 교통인프라를 얘기하지만 막상 노선이나 역사(驛舍)선정에 대한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제각기 다른 얘기를 한다. 반경40km 이내에 들어있는 가까운 도시들끼리 이해를 달리하고 정치인들은 앞서 총대를 메고 있다. 열심히 전북발전을 외치는 선출직들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이 미안하긴 하나 그들은 이러한 생각으로 일하지 않나 싶다. <전북발전은 멀고, 지역유권자의 표는 가깝다>

 * 참담한 어부지리

 어쩌면 자다가 떡 집어 먹을 일이 생길 것 같다. 2012년 여수 엑스포를 앞두고, 2011년 하반기부터 서울에서 여수까지 전구간이 복선화 되고, 한국형 KTX-Ⅱ고속열차가 운행될 것 같다. 복선화 전철사업은 1km 건설에 평균적으로 120억 원 이상의 엄청난 예산이 요구된다. 결국 여수엑스포가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기에 정부가 나서서 서두르게 된 것이며, 다행(?)스럽게도 그 구간에 전북이 걸쳐져 있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정치적 시각으로는 전북의 어느 곳도 그만한 예산을 투자할 가치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새만금개발이 20년 넘게 터덕거렸던 이유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때 전북 정치권이 잘나간다고 우쭐거리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 도민이 그만큼 큰 인물로 만들어서 중앙정치에 내보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전북으로 가지고 돌아온 것은 없다. 여수처럼 엑스포라도, 대구처럼 육상선수권대회라도, 인천처럼 아시안게임이라도 일궈냈다면 우리가 해달라고 안 해도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가! 여수, 대구, 평창, 인천, 등 전북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국가적인 대역사를 지켜만 봐야하는 도민들의 마음은 무엇으로 아울러야 할까? 전북의 정치인들도 지역발전을 위해서 일하고픈 열정과 원기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게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도민들은 그들이 남다른 능력으로 지역을 발전시켜 주리라 믿었던 것을. 이젠 정말 마음만은 싫은데….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