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하늘처럼 세상을 넓게
5월의 하늘처럼 세상을 넓게
  • 박규선
  • 승인 2007.05.03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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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선생님은 매일 고등학생 딸의 블라우스를 직접 다려 준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내는 푸념처럼 결혼 18년 동안 자기의 옷은 한 번도 다려 준 적이 없는 남편이 딸의 블라우스만은 지성스럽게 다려주는지 모르겠다며 한편으로는 야속한 마음이 든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짐작하건대 딸의 블라우스를 아빠가 다려 주는 이유는 딸에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로 내가 너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항상 바르게 성장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좀더 나아간다면 아빠가 이 정도로 자상하게 네를 위해 애쓰는데 공부 안하고 딴짓할 수 있겠는가? 하는 믿음이 깔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 들어 부쩍 미국 사회가 총기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4월 16일에 있었던 끔찍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한 후 더 깊이 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서부를 개척한다며 총으로 토착민을 지배하고, 그 힘으로 세계의 경찰을 자초한 미국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표피적인 것만으로 단정 짓기에는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바람직한 사회란 국민소득이 높고, 문명이 발달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빈곤보다 상대적 빈곤이 더 견디기 힘들 듯이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풍토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미국이 갖고 있는 한계는 무척 커 보인다.

 그러나 미국만을 탓할 때가 아니다. 우리 사회도 갈수록 서로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과 서울, 그리고 서울에서도 강남과 그외 지역으로 구분되는 오늘날의 상황을 보면 착잡하다. 거기에 최근 늘어나고 있는 국제결혼 가정들의 문화지체에서 오는 갈등과 고민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다행히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온누리안’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보듬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또 우리말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에 운영해 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농촌지역 학교에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비중이 늘고 있다. 그들이 아무리 많이 배우고, 서로 노력한다고 해도 언어와 문화적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점을 이해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차별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골이 커지면 앞으로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우리사회가 아직 다인종·다문화로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개연성을 얼마든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관용과 이해의 자세가 없다면 더 각박하게 될 것이다. 차별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차별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더 큰 불행을 부른다는 것을 이번 조승희 사건에서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교육도 되돌아 봐야 한다. 그동안 단일 민족을 내세우며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만 했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또 교육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이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내 자식 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풍토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듬고 나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내 자식만 잘 키우면 무조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밖에서 큰일만을 하는 아빠가 사소한 딸의 블라우스를 다려 주는 일은 분명 신선하다. 그러나 내 딸의 옷을 다리는 그 따뜻한 다리미가 사회로 나가야 한다. 내 딸이 소중한 만큼 그 딸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사회 여건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넓은 세상을 품어야 한다. 징기스칸은 그 어떤 계층이나 민족과 문화 모두 수용했다고 한다. 그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토를 가질 수 있었던 힘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는 물리적으로 땅을 넓히는 제국은 의미가 없다. 대신 시장을 넓혀 나가야 한다. l장을 넓히기 위해서도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 나라의 문화와 어울려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없는 상품만이 그들의 땅을 지배할 수 있다. 5월, 서로에게 마음을 보내는 달에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마음을 보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전북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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