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수의 JIFF 리뷰 - 희망
장병수의 JIFF 리뷰 - 희망
  • 장병수
  • 승인 2007.05.03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망 찾아 떠나는 보물찾기 여행
영화 ‘욜 Yol'(1982)로 잘 알려진 터키 영화감독 일마즈 귀니 Yilmaz G?ney의 두 번째 작품인 ’희망 Hope'(원제: Umut 1970)에는 희망은 없고, 암담함만 있다. 어린 시절 가난 속에서 성장한 귀니 감독은 70년대 터키 농촌과 저소득층 사람들의 처참한 현실을 자바르라는 마부를 통해서 처절하리만큼 사실적으로 카메라에 담아 보여준다.

 카메라는 마차의 뒷좌석에서 밤잠으로부터 깨어나는 자바르를 향한다. 기차의 도착으로 손님을 태운 마차들이 속속 떠난다. 하지만 자바르의 마차만이 그 자리에 남는다. 마차의 낡은 상태와 택시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수입은 현저하게 감소하게 되자 자바르는 어머니를 포함한 일곱 식구의 생계 걱정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이러한 와중에 그는 인생역전이라는 인생대박을 꿈꾸며 ‘복권’에 희망을 걸어 보지만 결과는 항상 ‘꽝’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 세워둔 마차의 말 한 마리가 자동차에 치어 죽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사고로 인해서 그는 유일한 생계 수단인 마차를 잃게 되어 순식간에 실업자로 전락하고 만다. 마차를 구입하기 위해서 그는 반지 골동품 녹음기 등등 돈이 될 만한 모든 것을 팔아 보지만 새로운 마차를 구입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한편 터키 정부가 마차의 운행을 중단시키려는 움직임에 마부들은 집단시위를 벌여 이를 저지하려 한다. 자바르 역시 터키 국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한다. 영화에 삽입된 이 부분으로 귀니 감독의 정치적인 성향과 입장이 우회적으로 표출되어 있다. 귀니 감독의 영화에서 시도되었던 이러한 의도가 그를 터키의 가장 대중적인 감독으로 만들어주었다.

 절망에 빠져 탈출구를 찾고 있던 자바르에게 친구인 핫산이 점쟁이에게서 들은 보물을 찾아 떠날 것을 제안한다. 둘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권총을 들고 부유층이 사는 시내로 간다. 그들의 어설픈 권총 강도 행각은 한낱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결국 자바르 일행은 강가의 죽은 나무 아래 묻혀있다는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난다. 강가를 따라 하염없이 걷던 일행 앞에 희망의 나무가 보인다. 점쟁이의 말에 따라서 희망을 캐어 보지만 그 희망이란 게 어디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인가? 영화는 자바르로 대표되는 소외 계층의 절망적인 현실에서의 탈출구 찾기를 ‘보물찾기’라는 희망놀이를 통해서 은유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평론가.원광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