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은 답없는 수수께끼(?)
대한민국 교육은 답없는 수수께끼(?)
  • 한성천
  • 승인 2007.05.0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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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학부모들끼리 만나면 으당 묻는 말이 있다. “이번 시험에서 몇 개 틀렸데?”, “집의 애는 공부를 잘하니까 3%안에 들었지?”, “전체에서 몇 등 했데?”. 이런 질문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그 학교에서 일등한 애는 어느 학원 다닌지 알아봤어?”, “00엄마, 000 과외선생에게 배운 애들의 성적이 좋았데. 이번에 몇 명 그룹짜 맞길 생각없어?”. 곧장 사교육으로 화제가 집중된다.

 아이의 건강과 관심사를 묻는 것보다 이번 중간고사 시험결과에 온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중간고사를 그르친 학생은 마치 죄인이 된 듯한 형국이 연출되곤 한다. 더욱이 아이의 시험결과와 사교육비 부담은 부부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자녀의 시험 때문에 살벌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부모와 자녀간, 친구와 친구간, 학생과 학생간.

 우리 나라는 연중 각종 시험으로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을 옥죄고 있다. 얼마전 도내 중·고등학교들이 1학기 중간고사를 마쳤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곧바로 다음 시험공부에 매달린다. 그러나 지금 40∼50대 기성세대들의 학창생활은 적어도 지금의 학생들과는 환경이 사뭇 다르다,

 공부를 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로 굳이 구별해보자. 이들이 성장해 사회인이 된 기성세대를 보면 학교성적이 행복성적으로 일치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학교 우등생이 반드시 사회 우등생이 되진 않는다’는 말을 건넬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이런 여유가 통하지 않는다. 실든 좋든 학생들은 시험성적의 노예로 전락했다. 학부모들은 더한다. 

 현재 중1부터 고3까지 연중 보는 시험횟수는, 배치고사를 시작으로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의학력평가, 여기에 고입시험, 대입시험, 한자급수시험, 토플 등 영어시험, 컴퓨터 자격시험 등등. 줄잡아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시험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말 그대로 ‘놀 시간’이 없다.

 하루 일과는 각종 스케줄로 빼곡하다. 부모들보다 더 바쁘다. 아침 7시30분에 집을 나선 아이가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들어서는 경우 태반이다. 불쌍하다 못해 측은하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언제까지 우리 나라 중·고등학생들이 이렇게 혹사당하며 생활해야 할지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건전한 사고확대를 위한 독서와 건강한 육체를 다지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줄 알지면 현실은 이들을 창의적 인간으로 양성하기 보다는 계량화된 상대평가 시험노예로 내몰고 있다”고 말한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밤늦게 학원을 옮겨 다니며 공부를 하다 보니까 막상 학교에서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장소로 전락하기도 한다”며 “이런 결과는 대입시험의 영향이 너무나 막강해 중등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결과라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런 사회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모법답안을 내놓지 못한다는데 있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답을 찾지 못한채 사회시류에 휩슬려 갈 수밖에 없다. 막연하지만 사회선배로서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즐길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면 행복지수는 비교적 높다’는 것이다. 이 말은 시험노예가 되어버린 청소년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을 듯 싶다.

 대한민국 중등교육은 마치 ‘답이 없는 수수께끼’ 같다.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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