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지역문화축제로써 전주국제영화제
성공한 지역문화축제로써 전주국제영화제
  • 장병수
  • 승인 2007.05.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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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문화 생산지와 소비지가 ‘중앙집중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 최근 정부의 분권화 정책에 따라서 문화 역시 급속도로 탈중앙집중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면서 각 도나 시군에서는 지역 문화를 토대로 지역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 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산업’ 분야를 문화와 생산적으로 접목시켜 ‘문화산업’이란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환경변화에 따라서 신성성을 지닌 제의적 문화 행사와는 다른 현대적인 문화 산업적 축제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써 농경문화와 관광산업을 접목시킨 김제의 지평선 축제와 영화라는 예술을 영상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문화상품들은 단순한 지역문화축제라는 차원을 넘어 지역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함양 시켜주고, 관련 산업 육성과 지속적인 인프라 구축 등 다원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1950-60년대 전주는 한국 영화의 중요한 생산지 역할을 했다. 1950년대 ‘아리랑’(1954·이강천 감독), ‘피아골’(1955·이강천 감독), ‘성벽을 뚫고’(1954·한형모 감독), 최초의 경찰영화인 ‘애정산맥’(1953)과 ‘애수의 남행열차’(1963·강중환 감독), ‘붉은 깃발을 들어라’ 등의 흥행작들이 전주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또한 국내 최초의 칼라 영화인 ‘선화공주’(1957·최성관 감독)도 전주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전주는 간헐적인 영화 촬영 장소로 맥을 이어오던 실정에서 벗어나 2005년 전주와 전북은 한국 영화의 50% 가량이 촬영되어진 곳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오늘의 명성을 되찾기까지의 배경에는 전주를 대한민국 ‘영산 산업의 수도’로 만들려는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영상산업 지원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에 있었다. 그 출발점은 2000년부터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와 2001년 설립된 전주영상위원회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전주영상위원회의 공식적인 지원을 통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전북일원에서 촬영된 영상물은 무려 157편(영화 115편, 기타 42편)에 달한다. 2006년도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와 이정범 감독의 ‘열혈남아’ 등 60여 편 이상이 전주영상위원회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역 영상문화와 영상산업의 발전을 도모한 ‘로컬클래스’는 지역 영화 발전을 위해 값진 토론의 장이 주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통한 영화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기 위한 2006년 ‘디지털 삼인삼색 Digital Short Films by Three Filmmakers’ 섹션은 제59회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Digital Asia’라는 이름으로 초청되어 관객과 관계자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제 전주국제영화제는 성공한 지역문화축제를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제를 개최함으로 인해서 얻게 되는 지역 경제의 효과는 직접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지만, 어쩌면 ‘영화 도시 전주’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유·무형의 경제효과는 직접적인 효과 보다 훨씬 클 것이다. 지역 경제에 파급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관객들의 취향에 맞는 영화 작품이 많이 선정되어 상영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외래지역에서 찾아오는 방문자를 위한 각종 편의 시설의 확충과 확보가 필수적이며, 지역 관광지와의 연계를 위한 투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는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 관람이외에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함으로써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전통이 살아 숨쉬는 ‘애향 전주’라는 이미지에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일명 ‘복합문화산업 전주’로 각인 될 것이다. 이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전북도민에게 고품격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하여 문화 시민으로써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를 발굴 육성함으로써 한국 영화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장병수 영화평론가·원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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