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자식 사랑
어머니의 자식 사랑
  • 이인철
  • 승인 2007.05.22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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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은 가정의달이다. 그러나 올해는 빗나간 자식사랑이야기로 한 달 내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화제의 장본인이 10위권 재벌을 이끄는 총수인지라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셌고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더구나 일부 젊은이들은 오히려 이 같은 빗나간 자식사랑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놀랄 일이다. 과연 이 같은 빗나간 자식사랑이 이번이 처음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나치다못해 극성스러운 자식사랑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공감했을 것이다. 내 아이만은 최고로 키우겠다는 교육열은 유치원에서부터 외국유학길까지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를 생산했고 급기야는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소위 ‘귀공자’라고 불리는 가진 자들의 자녀들의 탈선, 최고 권력자들의 아들들로 심심찮게 비리와 관련해 법의 심판대에 오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사례들 모두도 결국은 지나친 자식사랑에서 연유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5월은 예로부터 이름을 남긴 훌륭한 사람들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까지에는 반드시 힘 있는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맹자의 어머니는 자녀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 또 맹자가 유학을 하다 도중에 돌아오자 어머니는 짜고 있던 베를 칼로 자르면서 “네가 공부를 도중에 그만둔 것은 내가 짜던 베를 다짜지 않고 끊어 버린 것과 같다”는 엄격한 가르침으로 아들을 다스렸다.

 불을 끄고도 떡을 고르게 잘 썰었던 일화로 유명한 한석봉 어머니도 오랫동안 집을 떠난 아들이 어머니가 그리워 먼 길을 달려왔건만 못 다한 공부를 마치도록 아들을 한밤도 재우지 않고 그길로 돌려보냈다.

 안중근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하얼빈 역에서 이토히로부미 통감을 사살한 뒤 뤼순형무소에 수감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네가 만일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조소거리가 된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훌륭한 사람들의 어머니 가르침은 자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주는 이기적인 모성이 아니라 줄 수 있어도 주는 것을 참는 절제된 사랑을 심어주었으며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덕목을 깨우치는데 힘을 쏟았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학부모들에게 회초리를 나눠주는 강원도의 한 유치원이 눈길을 끈다. 원장인 강릉시 회산동 성원사 주경스님은 자식을 때릴 땐 맞은 자리에 회초리 자국이 남을 정도로 엄하게 매를 들어야 아이가 회초리 무서운 것을 알고 자기의 행동을 반성하고 고쳐나가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에게 예절과 심성교육을 가르치는 스님의 교육방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한이 맺힌 듯 자신이 못 이룬 특권과 영화만은 내 자식들 만큼은 반드시 누리게 해주겠다는 빗나간 자식사랑을 보며 11세기 티벳의 성자 랑리탕빠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여덟 편의 시를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언제나 나 자신을 가장 미천한 사람으로 여기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상대방을 최고의 존재로 여기게 하소서, 나쁜 성격을 갖고 죄와 고통에 억눌린 존재를 볼 때면 마치 귀한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그들을 귀하게 여기게 하소서, 다른 사람이 시기심으로 나를 욕하고 비난해도 나를 기쁜 마음으로 패배하게 하고 승리를 그들에게 주소서……’.

<익산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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