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이 마르면 지역경제는 탄다
돈줄이 마르면 지역경제는 탄다
  • 김진
  • 승인 2007.05.25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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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상인이라고 불리는 월남한 기업가들은 빚을 무섭게 알고 대부분의 사업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비중이 컸다. 근검을 바탕으로 노력만큼의 대가만을 바라는 그들의 ‘돌다리 경영’은 IMF 외환위기 가 기회가 되었다. 한보, 기아, 대우, 해태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그룹해체’라는 비운을 맞았지만 태평양, 신도리코, 오뚜기, 한일시멘트 등은 탄탄히 다져 온 현금력을 바탕으로 위기의 계절에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금회전이나 유동성 같은 말보다야 돈줄이라는 말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은 무슨 일을 벌이든 돈줄이 든든해야, 다소 위험하더라도 큰 마진을 보고 덤벼보는 뱃심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든든한 돈줄은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얘기다. 이는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이미 검증된 바 있다. 현재의 금융발달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미래의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이다. 결과에 의하면 1인당 대출의 연평균 증가율이 1% 올라가면 지역의 1인당 소득이 약 0.19%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지역의 중소상인들에 대한 대출이 늘어날수록 지역민의 소득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지역경제의 성장요인을 꼽을 때 사회간접자본과 더불어 금융서비스 공급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 지역금융의 역할

 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이 다. 한데 이들이 전북지역에서 조성한 자금 중 37.3%를 서울지역으로 유출시키고 있어 어려운 지역 중소업체들의 자금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이 내실위주 경영을 빌미삼아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큰 전북의 중소기업과 상인들을 외면하고, 지방경제에 비해 투자가 활발한 서울지역으로의 대출을 늘였다는 것이다.

 결국 지역으로의 대출이 줄었으니 전북의 상인들은 돈줄이 마르고, 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앞서 설명한 바대로 자명한 일이다. 시중은행들의 합병으로 거대은행이 생겨나면서 지방의 돈이 서울 등 역외로 유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잔돈을 끌어 모은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이 앞서서 지역을 외면하는 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 감성경영으로 도민의 마음을 얻어야

 최근 대구에서는 창사 40년 만에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낸 대구은행이 지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역주민 60%가 이용하는 대구은행이 지방은행들 중에서 가장 높은 4.25%의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은행의 이익)으로 기업의 이익만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를 살펴보니 대구은행에 이어 부산은행이 3.94%, 전북은행은 3.78%였다. 전북은행의 낮은 예대마진만큼 전북도민들에게는 이익이 돌아간 것이다. 은행은 수익성과 함께 공익성이 강조되는 기업이다. 그러한 지방은행이 높은 마진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은 꼭 칭찬할 만한 일은 아니다.

 지난 16일 민노당의 심상정의원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제한하기 위하여 지방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시중은행도 일정비율 이상의 자금을 지역에 의무적으로 공급해야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향후 법안이 통과되어 지역에서 조성된 돈이 지역 내에서 재투자 되는 제도적장치가 마련된다면 지역의 자금유동성은 훨씬 풍부해 질 것이고, 그때는 금융권들끼리의 살을 깎는 경쟁이 예측된다.

 지역금융도 그때를 대비해 지역특화 된 정책개발에 힘써야겠지만, 그에 앞서 지역민의 마음이 시중은행 보다는 지역금융에 애착이 갈 수 있도록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은행도 기업경영이니만큼 수익도 중요하겠지만, 돈도 벌고 도민의 인심도 잃지 않는 감성경영에 더욱 힘써야 할 때이다.

<경희대학교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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