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스승을 위하여
진정한 스승을 위하여
  • 박규선
  • 승인 2007.05.30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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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있었던 한 여론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52%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수치는 중학생보다 고등학생에게서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의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참 다행스러운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존재 유무는 사실 그 사람의 삶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면서 모두 과연 내 마음속에는 존경하는 선생님이 존재하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흔히‘선생님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선생님과 스승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을 두루 일컫는 말이라고 정의된다. 그러나 스승은 다르다.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여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면 ‘스승’은 지식을 전달함은 물론 감동과 감화를 통해 행동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청소년들이 말하는‘존경하는 선생님’이 곧 ‘스승’인 것이다.

 그러니까 각자 ‘나는 아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생님’인가? 만일 존경받는 선생님이 아니라면 ‘실력 있는 선생님’은 되는가’, ‘나는 아이들이 닮고 싶어하는 선생님인가?’ 그렇지 않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고 아이들이 ‘닮고 싶어 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은 나를 신뢰하고 있는가? 학부모는 나를 신뢰하고 있는가? 우리는 내 병을 아무에게나 보이고 치료를 맡기지는 않는다. 돌팔이가 아닌 전문의에게 몸을 맡길 때는 그의 전문성에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하기 때문에 생명을 맡기고 치료를 부탁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신뢰하고 학부모가 신뢰하는 선생님들이 많을 때 아이들을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학교가 살고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이다.

 삼인동행 필유아사(三人同行 必有我師)라는 말이 있다. 세 명이 함께 가면 그 안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스승을 너무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너무 완벽한 스승을 머리에 그리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스승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또 부모 입장에서 보면 내 아이 앞에서 아이의 선생님을 욕보인 적은 없는가. 아버지가 무시하고 욕보이는 선생님을 아이들이 스승으로 생각할 이는 만무한 일이 아닌가. 대학교 원서를 쓰기 위해서 학교에 찾아온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우리 딸년 사대에 보내서 선생질이나 시켜야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더라고 씁쓸해하는 후배를 본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 학부모와 같은 사고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승은 제자를 키우고, 제자와 학부모는 스승을 존중해야 한다. 서로 믿고 존중하는 가운데 발전하는 것이다. 만일 서로를 키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제자도 스승도 없는 사막과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 사랑도 희망도 없는 교단이란 사막과 다를 바 없는 곳이다.

 우리가 잘 아는 <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그의 뒤에는 때로 추상처럼 때로는 솜사탕처럼 따뜻하게 보살핀 유의태란 스승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허준의 업적도 대단하지만, 그를 키운 유의태의 제자사랑의 정신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옛말에 효자는 부모가 만든다는 말이 있다. 자식으로부터 공경을 받는 부모 자신이 자기 자식이 잘한다고 해야 비로소 효자가 된다는 말이다. 스승 역시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아무리 잘 해도 스승이 되기 어렵다. 그것을 고맙게 여기고 감화를 받는 제자가 없다면 그냥 가르치는 사람일 뿐인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52%가 존경하는 선생님 곧 ‘스승’이 있는 고무적인 통계를 접하면서 얼마 전 스승의 날에 학교까지 쉬게 만든 그 호들갑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스승은 곧 감화를 받는 마음이 있어야 우뚝 설 수 있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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