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뇌관’이 된 자영업
‘경제뇌관’이 된 자영업
  • 김진
  • 승인 2007.06.20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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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는 연결고리가 있다. 수출이 잘되면 고용이 증가하고, 고용이 늘면 내수가 증가한다.

 그러면 장사는 잘되고 국민들은 먹고 살만 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잘못되어 가는 것 같다.

 수출이 사상최고를 이루고 있는데도 청년실업은 늘어가고, 자영업자의 80%는 돌파구가 없는 사업을 접지 못해 끌려가고 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순환과정의 연결고리 하나가 끊어져 있다는 것이다. 수출은 늘고 있지만 IT나 자동차 등 기술집약적인 분야로 집중이 되다보니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 고용증대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1000조 원 시장을 눈앞에 두고 있고, 주식계좌는 하루에 만개씩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내수경기는 침체되고 실업은 줄지 않는다니 관련서적들을 다시 써야할 판이다.

* 밑지는 장사 없단 말은 옛말

 예로부터 장사가 밑지고 판다는 얘기는 세계적으로 통하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자영업자 중 많은 수가 앞으로는 남는 것 같지만, 임차료나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뒤로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자영업자들 중 71%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임차료나 관리비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도 18.4%나 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자영업하면 영세성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자영업자들의 점포입주 형태를 살펴보니 과연 그러하다. 내 집에서 장사하는 경우는 5.3%에 불과하고, 88.7%가 약간의 보증금과 월세로 장사를 하고 있으니, 오죽이나 비싼 가게세 내고 장사해서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자영업은 국민경제의 중심축이자 내수경기의 바로미터이다. 올 상반기 통계청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수는 585만9천명으로 전체 취업자 2284만1300명 중 25.8%를 차지했다. 외환위기 이후 28%대까지 높아졌다가 낮아진 것이지만, 이 역시도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다. 미국의 경우 자영업자는 전체 근로자의 10%정도에 불과하고, OECD평균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영업을 포기한 대다수가 임금 근로자로 전환되지 못한 채 실직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공급 과잉 상태에 있는 자영업의 구조조정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필요하겠지만, 자영업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 형태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를 낳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자영업으로 실패하고 폐업하는 사람들은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인데, 청년들도 일자리가 없는 판에 그들의 취업이 쉬운 일이겠는가!

 * 자영업은 경제의 아킬레스건

 자영업이 처한 이러한 현실은 지금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이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뇌관’이다. 퇴직 후 자영업으로 새 출발을 시도하지만 뿌리내릴 확률은 5%도 채 안 된다는 통계도 있다.

 결국 매년 문을 닫는 40만의 업주는 퇴직금과 담보물을 날리고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신음소리는 정치권의 거대담론 속으로 묻혀 버리고, 정부의 비현실적인 대책은 백약이 무효이다. 지금 자영업이 이처럼 어렵게 된 것은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자영업이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경제를 활성화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근로자의 수를 늘리고 수요를 활성화하여 자영업자들의 영업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의 반시장적 국정운영을 경제 활성화에 중심을 둔 국정운영으로 전환해야만 한다. 국정은 나라님이 한다 치면 도정이라도 서둘러서 자영업을 돌봐야 할 것이다.

<경희대학교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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