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정신
창조적 정신
  • 김인수
  • 승인 2007.06.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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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명가는 문제에 대한 기발하고 예기치 못했던 해법을 발견한다. 그에게 어떻게 발명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발명가는 그것을 설명하지 못하고, 그의 발명을 단지 행운이나 영감의 덕택으로 돌린다. 발명을 한다는 것은 단지 상대적으로 적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느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첨단의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은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여, 그것들을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기업 생존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유태인의 교육 10계명에는 자녀들에게 창조적 정신을 갖게 하라는 것과 평생 먹고 살만한 기술을 한 가지씩 가르치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적 정신이란 직업과는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왜냐하면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데는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수학자라는 직업의 특성은 어쩔 수 없이 창조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수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계산력이나 논리력보다는 창조적인 생각이다. 수학자가 되려면 오리무중을 헤매는 데 익숙해야 하며 그런 상태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오히려 일상의 즐거움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조의 과정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믿음을 가지고 헤쳐 나가는 어쩌면 형이상학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리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자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르치는 일과 연구하는 일로 사회에 공헌을 하고 또한 사회로부터 연구 활동을 지원 받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요즈음 우리 수학계의 상황은 여러 가지로 우려스러운 일들이 많다. 많은 수학 박사 학위자 들의 실업상태, 대학에서의 수학교육의 축소 경향, 정부의 중점분야지원 사업에서의 수학분야의 누락 등으로 인하여 수학자들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우리사회가 수학의 실효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수학을 단지 입시의 한 방편으로만 여기며, 21세기 산업의 핵심인 선진국의 정보통신 산업을 따라잡기에 급급한 우리의 현실 때문에 수학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의 유망한 미래 직종 설문조사에서 수학자가 5위를 차지하였으며, 작업환경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것은 미국에서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타 학과를 졸업한 사람들보다 성취도가 높고 자신이 하는 일이 타 분야 사람보다 만족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수학공부를 하는 일의 끝이 반드시 어떤 정리를 발견하거나 증명하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수학박사 학위 자가 Wall Street 에서, 컴퓨터에 관련 사업에서 또는 공학에서도 큰일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어느 외국 교수는 말하기를 ‘한국 유학생들은 자기가 하는 공부에서 낙오되는 것은 마치 자기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수학의 심오한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그 연구생활에 일생을 헌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수학의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여 수학적 사고를 적용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수학을 응용하고 수학의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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