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높이는 교육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
  • 박규선
  • 승인 2007.06.2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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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도 그러했지만 21세기 지식정보 사회에서 교육을 통하여 미래 세대인 우리 청소년들에게 인류의 유?무형적 유산인 학문을 전수하고, 그 기초 위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낼 힘을 기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미래와 희망이 교육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배운다는 것이 무조건 외우고, 풀고, 익히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어떻게 하면 올바로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자각이 있는 학생이 훨씬 학습 능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의 방향을 정해나가야 탄력이 붙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갈 때 자존감이 형성된다. 자기를 존중해야 세상을 보듬을 수 있다.

 철학적 사유 속에 자기 존재에 대한 자각이 서게 되고, 그 존재의 성립 속에 목표가 정해지며, 그 목표를 바탕으로 행동이 나온다. 목표가 분명하다면 공부를 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때 능률이 높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까 청소년기에 외우고, 풀고, 익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서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공부를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프롬(E. Fromm)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현대 사회의 병폐가 ‘소유’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다. 소유의 개념으로 보면 인간의 성공 여부는 ‘가진 것’에 의해서 평가한다. 그걸 좀더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학생들은 남보다 많은 점수를 맞아야 행복하다 뜻으로 볼 수 있다.

 남을 이겨야 나에게 이롭다면 그것은 소득 없는 ‘제로섬(0-sum)게임’이다. 도박이 나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남는 것은 탐욕과 증오밖에는 없다. 이렇게 보면 모든 인간의 소망은 결국 욕망의 단계에서 머물고 만다. 욕망은 끊임없이 솟구치는 갈망이다. 목표가 없기 때문에 그 욕망은 소유와 동시에 또 새로운 무지개를 ?는다.

 이에 비해 존재의 삶의 방식이란 어떤 것을 소유하지도 않고 또 소유하려 갈망하지도 않으면서, 즐거워하고 자기의 재능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며 세계와 하나가 되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소유에 집착한 사람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일한다. 그러나 자기 존재에 충실한 사람은 그 일이 자신의 삶을 더욱더 충실하게 해주기 때문에 그 일에 열중할 수가 있다.

 돌이켜보면 인류가 추앙하는 예수며, 석가며, 소크라테스 등 모든 성인들은 가진 것 없이 살다가 갔다. 살면서 돈을 얼마나 모았고,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올랐냐는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리 성공한 삶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분들은 모두 존재의 삶을 몸소 실천하셨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뜻을 펼칠 드넓은 광장이 있었으나, 자신의 것을 쌓아둘 창고는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위대한 것이다.

 서구의 사고가 지배하기 전까지 우리 민족은 공동체적 삶을 유지해왔다. ‘두레’와 같은 조직을 통해서 나만 잘사는 게 아닌 마을 모두의 삶과 안녕을 축원하고 노력했다. 소유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았기에 오늘날처럼 풍족하지 않으면서도 인정이 넘치고 신명이 나게 살아왔다. 상대적 개념의 소유를 우선하지 않았기에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왔던 것이다.

 우리 옛말에 세답족백(洗踏足白)이란 말이 있다. 뜻은 남의 빨래를 하였더니 자기 발까지 희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청소년들이 세답족백(洗踏足白)의 자세로 보다 넓은 ‘존재’의 광장으로 나갔으면 한다. 서로 협동하고, 또 남에게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찾아 존재의 자아를 세우는 길이다.

 모든 경쟁은 공명정대한 선의의 것이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욕망인 소유로서의 가치를 판단하면 자신은 물론 사회가 험악해진다. 우리 학생들이 보다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틀에 박힌 학습이 아닌 자각을 통한 학문의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세우는 철학적 사유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의 목표가 분명해지고, 그 목표를 통해 ‘존재’로서의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세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도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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