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와의 전쟁
사채와의 전쟁
  • 이인철
  • 승인 2007.06.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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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 방송국의 드라마가 화제다. 사채로 돈을 모으는 과정을 소개한 이 드라마는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권력이나 주먹의 힘이 아니라 오직 돈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사채로 망한 자신의 가족을 일으키기 위해 사채시장에 뛰어들어 돈 버는 방법을 터득한다는 줄거리다. 특히 주인공은 “내가 사채를 이용해 양심을 팔아가며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은 돈이 없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기 때문이다”며 자신을 강변한다.

 아마도 생활을 꾸려 나가기 힘든 서민층들은 한번쯤 맘껏 돈을 버는 꿈에 빠져보고 싶은 충동에서 인지 시청률이 30%를 훌쩍 넘어서는 등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이러다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인기연예인들이 잇따라 사채광고에 출연해 비난을 사는가하면 요즘 지상파의 사채광고가 부쩍 늘어 사채공화국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다. 이 같은 지상파의 사채광고는 지난해보다 무려 140배나 늘었다는 보도다.

 왜 하필이면 요즘 고리대금업이 관심을 끄는 것일까?

 서민들에게는 은행문턱이 높다보니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채를 끌어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각종 통계자료가 이를 증명한다.

 월평균 소득이 138만원을 넘지 못하는 빈민층이 5백5십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활동 인구의 23%에 해당된다. 10명중 2~3명이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가계부채도 500조원에 육박한다. 농민들도 빚에 쪼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농가당 빚이 2천8백여만원을 넘어섰다. 도내 농가 5가구 중 1가구는 최저생계비도 못 번다. 이러다보니 지난 한해 개인파산자만도 12만5천여명, 신용불량자도 3백6십만명이나 된다. 이들 모두 은행권에서 퇴출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최근 재계 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주식평가액이 160억원 이상인 주식부자 5백명을 발표한 자료가 눈길을 끈다.

 보유주식가치가 1조원이 넘는 사람은 7명, 천억원이 넘는 거부는 109명이나 된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천억원대의 주식부자가 17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는 14살 미성년자가 1천28억원이나 보유하고 있다.

 돈은 결국 가진 자들에 의해 철저히 대물림을 하는 것인가?

 서민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산이다.

 그러나 서민들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는 살인적인 고리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무담보 소액대출제도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창시했다.

 유누스는 돈을 그냥 빌려준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정신을 담보로 삼아 당장 돈이 없는 사람에게 빌려줘 가난을 벗어나게 했고, 돈을 빌려간 가난한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 99%가 돈을 갚았다.

 그는 조국 방글라데시에 그라민은행을 설립하고 빈민 6백만명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통해 58%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는 큰 업적을 남겼다.

 우리 지역은행인 전북은행도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서브크레디트 대출(Sub-Credit)의 실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럴 경우 신용도 미달자와 은행권 밖에서 고리채를 사용하는 서민들이 대부업체보다 훨씬 싼 이자로 소액신용대출을 받을 기회가 마련된다. 고리채에 신음하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이제라도 은행권에서 사채와의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무하마드 유누스는 “적선은 장기적으로 혹은 단기적으로 볼 때도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적선이 아니라 부자와 같이 돈을 벌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익산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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