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폭탄에 휘청이는 가정
사교육폭탄에 휘청이는 가정
  • 한성천
  • 승인 2007.06.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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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敎育)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100년이 아니라, 자녀 한 명 10년 공부시키는데 집안이 거덜 날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사교육 폭탄(?)’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가히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의 공교육비 비중은 GDP(국내 총생산) 대비 4.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7위에 그쳤다. 반면 사교육비 비중은 3.4%로 1위를 차지했다. 전체 교육비 비중도 8.2%에 달해 역시 가장 높았다. 그 결과 학력 수준은 상위권을 유지했다. ‘가정피폐’란 엄청난 수업료를 내면서 말이다. 또 1인당 대학교육 지출액은 6천618달러로 26위에 그쳤고, 전체 인구 가운데 25∼34세의 대학졸업률은 41.2%에 달해 3위에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사교육을 하고 있는 전국 1천12개 가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가구당 사교육비로 쓰는 돈이 월 평균 64만6천원. 소득의 19%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1명에게 드는 사교육비는 월 38만2천원. 통상 2자녀 가정의 경우 사교육비로 순수하게 80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는 전국평균치다. 교육비 상한선이 없는 사교육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그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응답 가구의 77%는 “사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심지어 26%는 자녀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구는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노후 대비 지출을 가장 많이 줄였다(57%)’고 답했다. 자녀교육을 위해 자신의 노후대비를 포기한 셈이다.

 올들어 사교육 열풍은 광풍(狂風)으로 그 세력을 높였다. 서울대가 논술반영률을 높이겠다고 갑작스럽게 밝혔기 때문이다. 이제 ‘재수와 사교육은 필수요, 삼수는 선택이다’는 사회통념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민선 4기에 접어든지 1년이 되는 지금 지역식자층은 그동안 ‘교육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국가가 산다’고 주창해왔다. 이젠 정치인들도 말을 바꿔야 표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지역의 교육질적 향상을 위해 00학원을 유치하겠다’ 또는 ‘서울의 명강사 △△△를 우리 지역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할테니 저를 밀어주세요’라고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일부 학부모들은 아예 ‘연간 수조원을 들여 공교육을 유지시키기 보다는 공교육을 없애자’는 소리까지 거침없이 쏟아낸다. 학부모들이 언제까지 인내할지 불안하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을 추진하면서 ‘통합형 논술’을 내놓았다. 역사, 사회, 국어 혹은 수학까지 다양한 과목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고등학교에서 이런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한데 팀으로 뭉쳐 지도한다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공교육에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울대는 토플이나 토익 성적도 참고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공교육을 더욱 믿지 못하고 돈이 더 들더라도 또다시 사교육 시장에 자녀를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준비 없는 교육행정이 사교육 시장을 키워주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사교육폭탄을 피해 모두가 외국으로 나간다면, 그래서 우리나라가 학생 없는 나라가 될까 심히 두렵다.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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