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열광적인 운동종목을 꼽는다면, 프로야구, 프로축구 그리고 프로하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스포츠 종목의 특징은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남자들만이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남성 전용 스포츠로 통한다. 그런데, 일라 보더스(Ila Borders), 케이티 니다(Katie Hnida), 마농 호원므(Manon Rheaume) 등 세 사람은 여성 금기의 영역인 프로야구, 프로아이스하키와 미식축구에 최초로 발을 드려놓은 역사적인 여성 주인공들이다. 일라 보더스는 178 cm의 키에 왼손 투수로 마이너리그에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활약한 최초의 미국 여성 프로투수가 되었다. 마농 호윔므는 NHL 경기에 출전한 최초의 여성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고, 케이티 니다는 미식축구에서 선수로 활약한 최초의 여성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의 초점이 되었던 뉴스를 기억할 것이다. 흥미롭고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남성은 물론 여성들조차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것은 우리사회의 성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본 시각이기 때문에 놀라워했던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있다. 유전학적으로 본다면, 성염색체(sex chromosome)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성은 XY라는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여자는 XX라는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남자와 여자의 성이 결정되면, 각 성에 따라 골격구조와 내분비계(endocrine system)가 다르게 발전된다. 남자는 성장하면서 엔드로겐(androgen)이라는 남성호르몬이 증가되고, 여성은 에스트로겐(estrogen)이라는 여성호르몬이 증가되면서 정신 및 육체적으로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골격과 근육의 발달에서 남성은 단단하고 우람한 형태로, 여성은 부드럽고 섬세한 형태로 발달된다. 정신세계에서도 남성은 폭발력을 가지고 있으나 순간적이고, 여성은 보호 본능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속적이다. 생물을 이루는 가장 기본 단위인 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핵심적으로 담당하는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에 있어서도 다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될 때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에 들어가지 못한다.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은 전적으로 여성으로부터 비롯된다. 이와 같이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분명한 것은 남성과 여성이 반드시 협조해야만 자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명제 때문에 남성과 여성은 균형을 이루어 조화롭게 살아가야한다. 그것이 양성이 존재하는 이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양성평등 이란 무엇이고, 양성평등사회를 이루는 길은 있을까?
양성평등 사회의 정의는 성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 관심에 따라 자아를 발견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일체의 사회활동이 조직되고 운영되는 사회를 말한다. 참여 정부가 내세운 양성평등 사회 구현은 10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채택되면서 남녀가 함께 공동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왔다. 과거와 달리 양성적 역할이 많이 요구되고 있어 성이라는 편견이 줄어들고 있다.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쪽 성이 피해를 받는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조직에 양성평등적인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사회에서 성차별적 구조는 대체로 사회 관습에서 구성원의 의식과 각종 사회제도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선천적 습득이 아니라 환경과 경험에 의해서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일상생활 속에서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한 것을 보고, 듣고, 배워서 개개인의 성에 적합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을 조성하고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교육과 사회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단군 조선이래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남성적 지배 구도를 이룬 사회에서 억압이라는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살아오고 있다. 다행히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교육의 기회가 확대되어 필요한 사회ㆍ문화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올바른 성의 인식과 사회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보안되어야 한다.
여성인권, 권익, 노동, 가족복지 등 양성평등 가치를 담아낸 관련 법안들이 아직까지 계류 중이거나 소관 상임위에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부부공동재산제 민법개정안을 비롯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지금도 묶여있는 상태다. 그리고 성폭력 가해자와 성구매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추가 명시한 관련법들 역시 법 형평성을 문제 삼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성권익이 보장되고 양성평등의식이 우리 사회에 안착되려면 교육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하루 빨리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남성이 주도된 경기에 여성이 뛰기 때문에 뉴스거리가 아닌 뛰어난 실력 때문에 열광하는 뉴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