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드시며 행복해 하십니까?
뭘 드시며 행복해 하십니까?
  • 안완기
  • 승인 2007.07.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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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경우 일상 속에서 물질적인 양식에만 매몰되어 사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또 다른 생명의 양식으로 신념, 의지, 가치관, 신뢰, 명예, 품위, 배려하고 배려하는 생활, 신앙 등 보다 많은 정신적인 변수나 그 이상의 형언할 수 없는 마음의 끈들이 우리 삶의 행복과 불행의 근원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남들, 아니 우리 자신이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을 주워 담는 한 신선(神仙)의 모습 속에서 가끔씩 소중한 일깨움을 받기도 하지만, 삶이라는 수레바퀴 속에서 자신도 잃고, 함께하는 사람도 잃은 채 바쁘게 살며 우리에게 소중한 행복을 놓치며 사는 게 태반인 것 같다. 더욱이 찰나적 희열에 매몰되어서 말이다.

 2007년 7월. 벌써 올해의 반이 훌쩍 지나가 버린 7월을 맞아 년 초에 세웠던 각오를 되새겨보며, 내 삶의 과정에 함께하는 소중한 분들에게 보낼 안부의 화두를 떠올려 본다. 비록 매월 초 만이라도 드리는 안부이지만, 소중한 님들에게 보내는 7월의 안부 인사는 “청포도 익어가는 칠월! 평화로운 맘이 충만하시길 소망합니다”로 결정하였다.

 청포도. 이는 진정 하나의 물질이건만, 시 속에서 쓰여진 청포도는 왜 이리 맘을 여유롭고 평온케 하는지,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할 양식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있는 것 아닌가?

 “내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힘겹고 바쁜 현실 속에서 왠 여유작작한 시(詩)꺼리냐는 소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를 썼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물질에서 수십 수백배의 풍요로움이 있지 않은가? 못사니까, 힘이 없으니까 불행해야 한다는, 불행하도록 하는 매우 획일적이고 편향된 의식과 행동은 이제 좀 멈춰 세워야 하지 않을까? 뭘 먹고 사는 것이 행복인가에 대한 고뇌가 우리 사회에 팽배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우리 모두가 무슨 현인이나 철학자가 되자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실재 내재되어 있는 “행복을 지향하는 건강한 문화, 의식, 신념,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높은 기상”,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되어 우리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재고(再考)되고, 제고(提高)되어야 한다고 본다.

 비록 내 삶의 과정에서 참으로 짧은 추억거리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더 당당하고 품위있게 가질 수 있게 한 일이 있다. 하나의 단편일 수 있고, 출입국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어야했던 상대적 소국 국민으로서 느낀 불쾌한 점에서도 그러했을 것이지만, 연전에 찾아간 경제 대국의 핵심도시인 일본 동경과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거지들을 보며 “뭘 먹고 사는 것이 행복인가?”에서 확신을 갖게 된 해답이다. 특히, 한 거지에게 1달러를 주면서 느낀 결론은 “경제는 역시 행복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경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는 행복의 충분조건”이라는 점이다.

 지금 뭘 드시며 행복해 하십니까?

 빵문제가 해결되신 분이시라면, 이제 다른 사람의 빵문제까지 고려하시고, 배려하시며, 격려하시는 가운데 한껏 품위를 드시며 마음에 행복을 찾으시는 것은 어떠실지요?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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