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들 잘했나?
그렇게들 잘했나?
  • 김진
  • 승인 2007.07.10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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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4기의 1년이 지났다. 각 언론사마다 14개시·군과 도지사의 1년을 돌아보는 특집기사를 싣느라 난리였었다. 지역방송까지 나서서 인터뷰와 특집방송을 쉴 새 없이 내보내니, 말 그대로 법석이라고 표현해도 드세다고 나무라진 못할 듯싶다.

근데 방송이든 신문이든 똑같이 문제가 많다. 보도의 내용을 보면 그저 자치단체의 홍보에 불과한 내용을 가지고 특별기획이나 되는 냥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열다섯 분의 단체장들과 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 민선4기 취임 1년을 평가하는 많은 보도들이 도민들에게 진짜 희망을 주었으리라고 보는가· 또 묻고 싶다. 여러분들이 지난 1년 동안 그렇게 잘했다면 도민들의 사는 모습이나 지역경제는 왜 그대로냐?고. 언론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단체장들의 홍보에 90% 정도를 할애하고, 뒤에 가서 10% 정도의 아쉬움으로 끝맺는 식상하는 특집보도를 보면서 오히려 도민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나! 마음 쓰일 뿐이다.

 

단체장은 정치전문가다워야

누구나 뻔히 보고 있는 것이나, 매스컴을 통해 충분히 소개된 얘기들은 전문가의 영역에서 다룰 얘기가 아니다. 자치단체장은 인구 3만에서 200만 도민까지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는 정치전문가들이다. 일반인들보다 나은 통찰력을 갖고 나름대로 진단할 수 있고, 처방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언론 앞에 나와서 내놓은 보따리에는 신통한 전문성이 없었다.

14개 시·군마다의 문제점이야 제각각 다르겠지만, 두세 곳을 제외하고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지역축제의 난맥상이든지, 의회와의 공생관계라고 비난 받고 있는 자치단체의 재량사업비 문제라든지, 전국 평균인 7.9%보다 2%나 높은 청년실업 문제 같은 막혀있는 얘기들이 많다. 하지만 많은 단체장들은 그저 그동안 뉴스를 통해 들어왔던 얘기들을 모은 성과보고와 ‘100년 먹고 살거리’나 ‘단군이래 최대’ 같이 당장 검증할 수없는 수식어들을 곁들인 발전계획을 마치 눈앞에 와있듯이 풀어놓곤 했다.

민선4기 이전과 내가 단체장이 되고 난 후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지금의 모습에 대해서, 명확한 근거와 변화된 수치를 제시하며 검증해 보이는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요즘과 같이 변화가 급격한 시대의 리더는 논리적 사고력에 더하여 진일보한 발상의 능력이 필요하다. 주민들 앞에 나서서 한 지역을 이끌어 가는 선출직단체장들에게 그러한 남다른 능력을 기대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언론도 제 역할을 되찾아야

지난 2일 전북·경기·경남·강원 등 7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2년 동안 각 지자체의 대언론 홍보예산의 집행실태를 분석하여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자치단체와 의회, 교육청에서 사용한 언론홍보비가 대전과 충남을 합쳐서 60억 원을 사용한데 비해, 전북은 73억3천만 원을 사용해 경기도까지 제치며 1위로 올라섰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관·언 유착의 고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언론은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특집이나 기획기사면 그에 걸맞게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하게 인터뷰형식을 빌어 단체장들의 홍보나 대행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언론의 주인은 독자요, 시청자이다.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찾고 검증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안다면, 아는 대로 행하면 되는 일이다.

<경희대학교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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