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대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대
  • 이인철
  • 승인 2007.07.12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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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불과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요즘 정가를 보면 마치 치킨게임을 연상케 한다.

 제임스딘이 출연한 ‘이유 없는 반항’에서 유래된 치킨게임은 깎아지른 듯 한 절벽까지 맹렬한 스피드로 차를 달려 공포심으로 차를 세운 쪽이 지는 게임이다.

 대통령후보에 대한 검증놀이가 지나치다보니 상대를 헐뜯는 것도 모자라 치킨게임처럼 아예 끝장을 보려는 듯 가슴에 비수를 꽂을 태세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모두 파국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너무 식상한 것은 제쳐두고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행태가 마냥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하기야 식자들은 정치는 거짓말의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숨결 말고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정치권의 영향 탓인지 일반 국민들도 일상생활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자기의 일방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다보니 남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일년 전 전북대 여학생 이 모양이 실종된 후 아직도 생사여부조차 확인이 안 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3십만 건이 넘는 통신자료를 뒤지고 도내 야산에 대한 수색작업과 우범자에 대한 탐문수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단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시내에는 ‘이씨가 야산에 암매장 됐다고 하더라’, 또는 ‘납치 살해된 이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등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씨의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두 번씩이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익산에서 발생한 여약사 실종사건도 같은 예다.

 여약사 황모씨는 실종 59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지만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찰조사결과 교도소동기인 범인 3명은 금품을 마련하기 위해 여약사 황씨를 상대로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사건기간동안 꼬리를 물고 전파된 불미스런 소문들은 지인들과 가족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던가?

 최근에는 초·중·고등학생 사이에서 담임교사 안티카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안티카페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담임교사에 대한 욕설로 가득 채워있다는 보도다. 카페는 담임을 싫어하는 모임에서 심지어는 담임을 죽이고 싶거나 저주하는 모임까지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지고 적대감만이 존재한다.

 어른들의 행동을 아이들도 따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생각일까?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가 어느 날 거리를 지나고 있을 때다. 거지가 길을 막으며 자선을 구했지만 마침 그는 돈이 없었다.

 톨스토이는 거지에게 “정말, 미안하구려. 형제여. 내겐 돈이 한 푼도 없다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거지는 “선생님이 누구신지는 모르나 선생님은 제가 구한 것 이상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저를 형제라고 부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톨스토이의 이 따뜻한 말 한마디는 거지에게 큰 기쁨을 주었으며 자신에게도 엄청난 변화를 주어 결국 부활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는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는 삶을 파괴한다. 쓰디쓴 말 한마디는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는 사랑의 불을 끈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하게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한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가져다준다.

 진정으로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익산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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