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세계적인 전북의 것
가장 세계적인 전북의 것
  • 한성천
  • 승인 2007.07.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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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지난 2003년에 작고한 국창(國唱) 박동진 선생이 남긴 유행어다. 이 말은 모 제품의 광고카피로 활용되면서 입소문으로 번졌다. 이 카피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로 업그레이드 됐다.

 우리 주변에 가장 우리 것 답고, 가장 한국적인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북은 청정자연과 전통문화를 자랑으로 내세워 왔다. 산업화의 지연으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속도 완화, 그리고 전북인만의 독특한 문화향유적 특성으로 인한 판소리와 전통공예 전승 등. 자랑거리가 많다.

 하지만 정녕 세계적인 우리 것 하나를 꼽자면 무엇을 들 것인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자문(自問)임에는 틀림없다.

 얼마전 지인들과의 사석에서 고(故) 박동진 선생께서 남긴 이 유행어를 놓고 화제가 됐다. 가장 한국적인 것. 다른 어느 나라의 것과 비교해 독창적이고 한국만이 향을 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가 주제였다. 이들은 판소리, 합죽선, 임실필봉농악, 정읍내장산, 남원춘향제, 무주반딧불이축제, 김제지평선축제, 국악기제작, 전주비빔밥, 한지 등 여러 가지를 열거했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하는 데는 실패했다.

 과연 전북이 간직한 가장 세계적인 것은 무엇일까? 머릿속은 풀리지 않은 실타래처럼 뒤엉켰다. 몇 일을 그렇게 지냈다. 그러던 중 부안에서 고려청자를 재현하는 청자전시관을 건축하고 있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주말을 이용해 무작정 부안으로 향했다. 유천리 도요지 일대에 콘크리트 건물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부안유천도요 청자전시관.

 문화재청에서 현지실사와 역사·문화적 고증을 거쳐 국가차원에서 인정, 국고 210억원을 지원해 부안에 청자전시관을 짓고 있다. 가장 세계적인 전북의 것을 찾고있던 차이기에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친 김에 부안유천도요 청자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내용을 알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이에 본보 기자와 한국도자사 전문가인 문화재청 나선화 문화재위원과 한성욱 문화재감정위원, 그리고 김종운 부안 청자전시관 건립팀장, 청자 재현작업을 해온 도예가 이은규씨 등을 자문위원으로 한 기획취재팀을 꾸려 본격적인 취재활동에 들어갔다.

 취재팀은 곧바로 1진과 2진으로 나눠 중국과 일본으로 떠났다. 현지에서 출토되는 각종 도자기 조각 등 매장문화재에 대해 탐문과 조사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중국 항조우에서 다량의 고려청자가 발굴됐었다는 소문을 확인차 취재팀은 항조우 절강성문물국을 방문, 자료실에 들어갔다.

 모두가 얼어붙은 듯 했다. 몇 개의 박스 속에 청자편이 담겨있었던 것. 마치 주인을 기다렸듯이.

 취재팀은 절강성문물국 연구원에게 보관 중인 청자편의 내력을 들었다. 청자편을 감정하던 취재팀은 더욱 놀랐다. 고려 말기 전북 부안유천도요에서 제작된 고려상감청자와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왕실용 최상품들로. 동행한 도예가 이은규씨와 김박사, 한박사는 청자편들의 감정을 실시했다. 예상과 동일했던 것이다.

 드디어 ‘가장 세계적인 전북의 것’을 찾아낸 것이다.

 전북 부안이 고려상감청자 메카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제 우리는 찬란한 한민족의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켜 나가 21세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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