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과 손학규
이해찬과 손학규
  • 장세환
  • 승인 2007.07.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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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도덕성과 청렴성, 통찰력, 역사의식, 위기관리능력, 과단성과 결단력, 비전, 강인한 체력 등을 대체로 꼽는 것 같다. 다들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 있다. 바로 민주의식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 국민을 주인으로 삼으며,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이뤄가는 덕목이다.

‘임금이 나라의 주인’이라던 봉건 전제 군주 시절에도 폭군이 아닌 한 군주는 백성을 귀하고 중하게 여겨 ‘민심과 동떨어지는 정치’를 극히 삼갔다. 민심을 따르는 것이 바른 정치의 요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군주가 국민의 생사여탈권까지 가졌던 봉건왕조 시절에도 그랬는데 하물며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국민 우습게 보는 지도자는 안돼

노무현 대통령이 그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친노파를 제외한 대부분 국민들로부터 존경보다 외면을 받는 이유는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못했기 때문이다. 도덕적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에 동떨어진 오직 ‘그들만의 정치’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다음 지도자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민주의식’이 결여된, 이른바 오만과 독선의 정치인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이른바 ‘노무현 학습효과’로 드러난 것이다. 한나라당 주자들이야 수구 냉전세력과 뿌리를 같이 해온 만큼 논외로 치더라도 민주개혁 진영의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분들은 다르다. 그들에게 민주의식이라는 덕목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골프 총리’로 더 익숙한 이해찬 전 총리는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자신이 대선에 도전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국민을 우습게 보고 막말을 하는 점에 있어서는 한 수 위면 위였지 결코 노 대통령에 뒤지지 않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너무도 쉽게 태도를 바꿨다. 요즘 팔불출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 출마 선언도 못하는 정치인’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판이고 보니 그의 언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씨는 그에 앞서 자신의 ‘화려한 이력’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에게는 ‘오만과 독선의 지도자’ ‘언제든 사고 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서 잘 나가던 사람의 변신

민주의식 결여라는 점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그는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다. 그 점에서만 보면 그를 두고 민주의식이 결여됐다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정치에 관한한 그는 시작부터 민주진영과 반대의 입장에서 시작했다. 철권통치와 공포정치로 악명을 날렸던 전두환 정권과 맥이 이어지는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에 몸담으면서 장관과 도지사를 지낸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 민주화 운동가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한나라당의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 이명박 박근혜씨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민주개혁 진영의 대선주자가 되겠다며 반 한나라당 전선에 가담했다. 한나라당에서는 ‘빅 3’ 가운데 꼴찌였는데 민주개혁 진영에서는 1위라는 객관적 지표 말고는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함이 아니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얄팍한’ 변신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들에게 막무가내로 다가가는 정치인들이 우리 전북에도 많다는 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 전북의 이익 때문? 많은 도민들이 그들의 정치철학과 가치관, 시대정신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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