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교사'가 암적 요소라니…
'교·포 교사'가 암적 요소라니…
  • 장세진
  • 승인 2007.07.23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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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장공모제 4년 후 평가하라’ 어느 지방지의 ‘시론’을 읽었다. 이 언론자유시대에 누구라도 의견이나 주장을 당당하게 개진할 수 있긴 하지만, ‘교장 공모제 4년 후 평가하라’(이하 ‘교장공모제’)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교장공모제’는 같은 신문의 시론 ‘교장공모제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론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교장들은 학생교육보다는 줄서기를 잘해서 되었고 교장공모제로 임용된 무자격 교장이 무너진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진짜 교장이라는 논리”를 개탄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교장공모제’는 “공모제 교장을 극찬하는 이런 교육풍토가 우리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글쎄, 무엇을 근거로 공모제 교장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것인지 객관적 통계라든가 과학적 검증 자료가 없어 일견 ‘협박’처럼 들리는 대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교장공모제’는, 그러나 “이분들은 대개 평교사시절부터 교육활동에 적극적이었고 자기연마를 게을리하지 않은 분들” 이라며 임명제 교장들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그러니까 “학생교육보다는 줄서기를 잘해서” 교장이 되었다는 ‘교장공모제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혹 ‘교장공모제’의 글쓴이는 그렇게 교장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폐해가 오죽했으면 선출보직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그 변종이라 할 교장공모제가 시행되겠는가?

 나 역시 교감·교장 되기를 오래 전 포기한 ‘교?포 교사’이다. 내가 교·포 교사가 된 것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신규임용 시절부터이다. 전라남도에서 새내기교사 시절을 보냈는데, 승진경쟁은 좋은 말로 너무 치열했고, 나쁜 말로 하면 이전투구였다. 열정이 넘치던 나로선, 그래서 미련없이 교·포 교사가 되어버렸다.

 이곳으로 와서도 그런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줄서기의 문제가 아니다. 승진을 위해서 교감이나 교장, 또는 교육청에 그저 죽은 듯 엎드려 지내야 하는데, 그런 교사나 교감이 법령에 따라 소신껏 교육활동을 펼칠 것이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위 ‘예스 맨’이 되지 않고서는 교감과 교장 승진은 원칙적으로 어렵게 되어 있는 임명제인 셈이다. 교사들이 다 아는 그런 구조적 모순의 제도를 ‘교장공모제’ 글쓴이만 모른단 말인지 나로선 이해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교장공모제가’가 범한 가장 큰 잘못은 ‘교?포 교사 깔아 뭉개기’이다. 교·포 교사를 일러 “이들의 무기력, 명분없는 불평불만은 교육현장의 암적 요소”라니 할 말을 잃는다. 묵묵히 학생교육에 매진하는 교?포 교사들이 암적 요소라면 모든 교사가 이전투구의 사생결단식 승진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단 말인가?

 전체적으로 ‘교장공모제’는 공모제를 통한 무자격교장의 폐해 등을 걱정한 글로 보이지만, 일선 학교의 대다수 교?포 교사들을 암적 요소로 규정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그런 생각으로 교장을 한다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까?

<문학평론가·전주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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