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다운 휴가를 떠나자
휴가다운 휴가를 떠나자
  • 승인 2007.07.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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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일로부터의 일탈을 권유한 것이다. 영어나 프랑스어에서의 일탈은 ‘deviance’이다. 이 단어의 어원을 뜯어보면 ‘길(via)을 벗어난다(de:away)’는 의미다. 원래의 길에서 벗어 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여름휴가도 일이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시적 일탈이라 할 수 있다.

 주어진 여건에서 벗어나 가끔씩 틀을 깨고 나오는 기쁨을 누리고자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일탈을 통해 사람들은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어찌되었거나 일탈은 때로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고, 창조적 문화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탈을 위해 떠났던 여름휴가가 오히려 개인은 물론 가족에게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다름 아닌 휴가길의 교통사고가 그것이다. 매년 이맘때 즘이면 신문·방송에서 등장하는 ‘휴가길 일가족 교통사고 참사’ 등의 기사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2004년 이후 3년간 자동차 보험사고를 분석한 결과는 우리 여름휴가의 불행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7월20일부터 8월15일 사이 여름휴가철에는 대인사고와 대물사고 건수가 연평균 7.4%, 9.9%씩 증가했고, 하루 평균 사고건수도 연간 평균보다 대인사고는 1.7%, 대물사고는 4.7%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휴가철 하루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는 10.7명으로, 연간 평균 11.2명에 비해서는 다소 적었으나 부상자는 하루 평균 3천591명으로, 연간 평균 3천304명보다 8.7%나 많았다.

 특히 목요일에 사고 빈도가 가장 높아 평소에 비해 대인사고가 5.9%더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 및 부상자 수도 각각 16.9%, 11.6%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물사고 발생률도 평소보다 8.2% 높았다.

 목요일에 이어 수요일에도 대인, 대물사고 발생률이 3.6%, 5.4% 더 높게 나타났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11시∼오후 1시 사이에 대인, 대물사고가 12.6%, 15.0% 늘어났으며, 이후 오후 1시∼오후 5시 시간대에도 교통사고 발생률이 다른 시간대보다 높았다.

 특히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에는 대인, 대물사고 발생률이 11.5%, 9.6% 높아지는 가운데 사망사고 발생건수가 다른 시간대에 비해 39.0%나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휴가지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 재충전을 위한 휴식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애인들의 스케줄에 맞춰 놀다가 휴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피로가 누적된 채로 차를 몰다가 졸음운전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피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다.

 삶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나섰던 휴가지에서 이같은 ‘만병의 근원’만 얻어 온다면 처음부터 휴가를 떠나지 않은 것만 못할 것이다.

 도시민들이여! 올 여름 휴가는 일상에서 과감히 벗어나 휴가다운 휴가를 떠나자. ‘휴가’라는 말, 그대로 푹 쉬어보자. 그리고 새로운 삶의 문화를 창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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