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와 알파걸이 되기에는, 우린 너무 멋지다!
된장녀와 알파걸이 되기에는, 우린 너무 멋지다!
  • 김경아
  • 승인 2007.07.3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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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 살의 미국명문대 박사, 부유한 집안의 지식과 미모를 겸비한 젊은 여교수, 신정아. 이 여름 충격적인 인터넷 검색어 ‘신정아’. 예술계의 신데렐라였던 그녀는 화려한 ‘알파걸’을 꿈꾸던 안쓰러운 ‘된장녀’이다. 2007년을 강타한 신조어 ‘된장녀와 알파걸’. 그리고 ‘신정아’.

신조어와 유행어는 그 사회의 다이나믹한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변화하는 사회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스스로가 구성하고 변화시키는 삶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리석은 특정인을 비난하기 전에, 거짓된 그들을 만들어낸 우리사회 스스로를 반성하고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된장녀’는 얼마 전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최대 검색어이었다. 된장녀의 특징은 경제적 능력에 맞지 않는 씀씀이를 보이며, 해외명품과 고급스런 소비와 문화를 ‘흉내’낸다. 흉내낸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들의 소비문화가 가치를 창출하거나 자신들만의 문화트렌트를 재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삶의 중심이 외부의 평가에 있어, 타인이 자신이 소유한 것을 통해 평가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백만원 이상하는 해외브랜드를 ‘명품’이라는 이름으로 사치품을 구매하는 하지만, 불균형하고 허기지다. 심지어 모조품까지 구매하는 허황된 행동은 된장녀의 헛된 가치관을 그대로 닮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 얼마의 소비를 하든지, 그것은 완전히 소비자의 몫이고 권리이다. 부자들만 사치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도 틀린 것이다. 그러나 지금 ‘된장녀’를 논하는 이유는 그들이 집착하는 소비형태가 우리 사회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와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2007년 또 하나의 유행어는 ‘알파걸’이다. 알파걸이란, 리더십과 경력 및 소득이 남성을 압도하는 여성이다. 알파걸의 주요 특징은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능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신인 경우가 많고, 그녀들만의 문화와 가치를 형성해 가고 있다. 70~90년대 페미니스트들에겐 남녀평등은 쟁취해야할 권리였다면, 21세기 알파걸에게 남녀평등은 이미 주어진 환경일 뿐이다. 알파걸은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로운 리더십과 여성파워를 형성하였고, 사회적 오피니언리더로서의 역량과 경제적 구매력이 있다. 이러한 태생적인 자본주의적 파워는 그들을 좀 더 특별한 계층으로 만들어 버린다. 알파걸에겐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며, 그 기회가 더 강력한 알파걸의 가능성을 보장한다. 알파걸의 의견은 존중받고, 그녀들의 경제력과 소비능력은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미화된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알파걸을 꿈꾸는 수많은 여성들이 계속 생산된다. 그들은 자신의 경력과 사회적 성공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기회조차 잡기 쉽지 않다. 알파걸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위조해서라도 얻은) 해외파 학벌, 화려한 경력, 사치품으로 치장할 만한 경제력이다.

 왜 된장녀, 신정아들이 탄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위조해서라도 알파걸이 되면 쉽게 보장되는 사회적 기회가 너무 달콤하기 때문이며, 보이는 것과 갖은 것에 따라 굽실대는 잣대를 들이대던 우리사회는 그 공범자이다. 즉 알파걸처럼 보여야, 알파걸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잡고 안착하면, 진짜 알파걸이 될지도 모른다. 이 논리가 수많은 된장녀와 헛된 알파걸 콤플렉스를 조장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인스턴트 만남, 사람에 대해 이해할 충분한 시간이 없는 사회적 관계, 보여지는 것 특히 소유한 것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고 그 존귀함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에 따라 차별하는 태도가 만들어낸 괴물이 된장녀이다.

 완벽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부족하다고 부끄러워 할 것도 없고, 완벽함에 비교당할 필요도 없다. 세상을 향해 거짓 몸부림치는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 할 양심이 있으면 충분하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슬퍼하지 말라. 내 이웃이 가진 것 없는 내 마음을 귀하게 생각해주면 좋다. 혹, 내 진심을 다 이해받지 못해도 좋다. 내가 진실하다고 스스로 믿을 수 있으면 아름답다. 그런 우리자신이라면 자랑스럽다. 누가 나를 대하는 태도 때문에 상처받을 정도로 어리석지 말라.

 21세기 괴물 ‘된장녀, 알파걸 컴플렉스’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자신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이다. 그러한 자신감을 가진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는 마음의 능력이다. 그러나 현실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오늘도 몸부림 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 내 이웃이 가진 것 없는 내 마음을 귀하게 생각해주면 좋다. 내가 진실하다고 스스로 믿을 수 있으면 아름답다. 그런 우리자신이라면 자랑스럽다.”

<호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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