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 눈물 흘려선 안된다
기업인이 눈물 흘려선 안된다
  • 이보원
  • 승인 2007.08.03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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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 재산 가진 것 없습니다.제대로 된 기업하나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며 밤잠 못자고 뛰고 또 뛰었습니다.”

얼마전 부도난 A건설 관계자의 피맺힌 절규다.

대화를 나누다 목이 메인 듯 말문을 잇지 못하던 이 관계자의 눈꼬리에서는 어느 순간 주르르 뭔가가 흘러내렸다.

자신도 모르게 30년 가까이 피땀으로 일궈온 기업이 하루아침에 부도를 맞아 침몰할지 모른다는 절망감과 허탈감이 뒤범벅이 된 회한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듯 했다.

2007년 시공능력 평가에서 도내 630여개 일반건설업체중 부동의 1위에 오를 만큼 이업체는 전북의 대표적 건설사다.

이런 업체의 부도는 시행사와 시공사로 이원화된 주택분양구조, 아직도 신용보다는 대출금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후진적인 금융기관의 대출관행, 그리고 건설사를 옥죄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등이 복합적으로 초래한 시대적 희생양이라는 분석이다.

2년 연속 흑자결산을 할 정도로 승승장구했으나 대구지역에서 한 시행사를 잘못 만난 것이 이 건설사의 운명을 갈랐다.

시행사가 빌린돈을 갚지 않자 채권자가 시행사와 시공사인 이 건설의 아파트 분양통장을 가압류해 버린 것이다.

거액의 분양대금이 들어있는 통장이 단 한푼 빼 쓸수 없는 무용지물이 된 것이었다.

통장의 가압류를 풀기 위해 몸부림쳐 봤지만 그럴수록 채권자는 가혹한 요구조건으로 압박을 가하며 압류 해제 요청을 묵살했다. 회사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총동원했지만 시시각각 돌아오는 어음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거래은행에 SOS를 요청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이업체의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을 거래은행마저 태도가 싸늘하긴 마찬가지였다.

일시적인 자금경색임을 뻔히 알면서도 자금지원 요청에는 가압류를 먼저 풀라는 냉담한 말만 되풀이하더란 것이다.

기업의 재무상태와 신용, 그리고 성장 가능성 보다는 대출금의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금융기관의 후진적인 대출관행이 견실한 중견건설업체를 사지로 내몬 셈이다.

하지만 전국 도급순위 50위권에 오른 이 중견건설업체가 하루아침에 부도를 맞고 쓰러진,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규제 정책탓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주택담보 대출 규제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어 미분양 물량이 쌓여만 갔다.

수도권과 영남권등 전국 17군데에서 아파트를 건설중인 이 건설업체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9천여세대.

그러나 부동산 규제책 발표 이후 수요가 끊기면서 절반을 넘는 5천여세대가 분양되지 않아 회사 경영진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결국 미분양세대의 급증이 이건설사의 자금줄을 옥죄어 기업에게는 사형언도나 다름없는 부도 사태가 들이닥친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더 이상 이런 희생양이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회사를 키우기 위해 피땀흘린 기업인들이 더 이상 피눈물을 쏟지 않도록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도 사실은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가진 기업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눈물 흘리는 기업인이 사라지지 않을 때 우리 경제는 더 이상 초일류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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