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여성은 어디에?
진보/보수, 여성은 어디에?
  • 박영자
  • 승인 2007.08.0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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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절기로 들어간다는 입추(立秋)인 오늘, 밤잠을 설치게 했던 열대야의 폭염이 북녘 하늘 저편으로 물러가리라 기대해 본다. 그동안 숨을 턱턱 막히게 했던 무더위는 앞으로 여름의 마지막 더위라는 말복(末伏)과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處暑)를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올해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과정 속에서 파생되는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질 것이다.

요즈음 선거를 주도하는 정당이나 쉬지 않고 설전을 펼치는 대통령 예비후보들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 것이 진보와 보수에 대한 견해차이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진보(進步)란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함'이고 보수(保守)란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태생적 특성상 확실한 개념 정립 이전에 진보는 좌파-반미-운동권, 보수는 우파-친미-수구 기득권의 이미지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한국의 보수는 진보세력의 계속된 도전에 힘입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몰아치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존의 당연시 되어 왔던 관행과 통념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세력은 진보에서 주장하고 있는 진보성이 과연 진정한지, 사회 개혁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면서 대안적인 틀을 찾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진보-보수 가운데 여성은 어디에 있을까? 진보는 '인간 존재의 자연적·사회적 조건이 과학과 이성의 작용을 통해 개선될 수 있으며, 행복과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고 믿는다. 특히 환경, 여성, 평화 등과 관련된 '삶의 정치'가 전 세계적으로 부상되면서 오늘날 진보와 보수는 생산적 의사소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돌봄 노동의 주체였던 여성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난 달 31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됐던 'UN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심의'에서 한국 대표단이 여성차별철폐협약이행을 위해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와 지난 10년간 한국의 여성인권 발전상을 국제사회에 발표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국제 7대 인권협약의 하나로 협약 당사국은 입법, 행정조치, 정부정책 등을 통해서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철폐할 의무부담을 지는 인권규약이며, 당사국의 수는 185개국이다. 197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어 1981년 발효되었으며 우리나라는 84년 비준하고 85년 1월26일 발효되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여성정책을 UN에서 심의 받는 그 자리에서, 우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비례대표 후보 추천 할당제를 비롯하여 공직분야 등의 여성임용 목표제와 같은 특별조치를 통한 여성 대표성의 제고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밝혔다. 또한 여성·청소년·장애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하여 취한 법적·제도적 노력이 정착되는 과정과 성별분리통계, 정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성 인지예산제도 도입, 여성의 진로 편중 완화, 여성고용의 양과 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 및 여성인적자원 활용 정책 등에 대하여 소개했다. 이와 함께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적 고정관념, 고용에서의 여성차별, 국제이주여성의 인권보호 등 현실적 정책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금번 심의에 대한 결과는 오는 10일 이후 발표될 예정이다. 여성정책 정부기관이 중앙 행정부처로 출범한 이후 최초의 심의였으니 그동안 추진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받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이행하고 4년마다 정기보고서를 제출·심의를 받을 의무를 여전히 갖게 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분출되고 있는 진보와 보수 간의 대립은 합의되거나 하나로 귀의할 수 없을 것이다. 각기 서로 다른 실체로 남아 있으면서 경쟁하는 관계를 유지하리라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 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평화'라고 이야기 한다. 단순히 전쟁이라는 물리적인 폭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구조적·문화적 폭력이 존재하지 않는 대안적 가치로서의 평화를 바라는 것이다. 갈등의 불씨를 없애가면서 적극적으로 평화를 실천하고자 한다면 진보든 보수든 곳곳에서 여성을 주체로서 참여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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