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0.1%
대한민국 0.1%
  • 김진
  • 승인 2007.08.07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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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들이 수천 번을 더 활용해 왔고, 그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융자산을 안겨준 것이 78:22의 경영법칙이다. 이 비율을 두고 유태인들이 우주의 대법칙이라고 까지 주장하는 데에는 경제학적으로나 사회과학적으로 상당한 근거가 있다. 우선 정사각형 안의 원의 면적은 다른 면적과 비율이 78:22이다. 공기 중의 탄소와 수소의 비율도 78:22이고, 우리 몸의 수분과 다른 성분의 비율도 78:22이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에서 연구된 것이 ‘파레토의 법칙’이다. 파레토의 연구에 의하면 부자와 보통사람의 비율이 20:80정도이고, 대부분의 장사에서도 20%정도의 상품들이 전체매출의 80%정도를 차지한다. 또 음식점에서도 20%정도의 대표적 메뉴가 매출의 80%를 차지하며, 백화점이나 금융권 역시 상위 20%의 고객이 전체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20:80의 법칙을 활용한 것이 바로 VIP마케팅 임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얘기이다.

* 흘러간 파레토의 법칙

하지만 파레토 법칙도 한물 간듯하다. 최근의 구매성향을 보면 상위20%조차도 최상위 0.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의 ‘세계부자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구의 최상위 0.1%인 5만 명의 재산규모는 평균적으로 4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실제 이들의 구매 비중이 크다보니 백화점이나 명품관마다 이들을 위한 전용룸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고객 1명을 위한 패션쇼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대비 비율 0.1%에 불과한 이들의 소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실제로 대단하다는 것이다. 실례로 ‘명품 두부’를 생산하는 한 업체는 0.1%를 대상으로 한 VIP마케팅을 펼쳐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전두부(비지를 빼지 않고 콩을 통째로 갈아서 만든 고급 두부)를 만들어 VIP회원의 가정에만 직접 배달해 주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이 업체는 종업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고, 품목도 전두부 한가지 뿐 인데도 불구하고 1년 매출이 12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 다른 0.1%마케팅을 고집하는 천연소재의 ‘명품 빗’을 판매하는 업체 역시 머리빗 하나로 100억 원 이상의 연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니, 최상위 0.1%의 구매력을 가늠할 만하다.

* 0.1%는 양극화의 표상인가!

최상위 0.1%는 천에 하나이다. 그만큼 흔치않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양극화를 얘기하자면 당연히 정점에 있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자. 지금 세계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명품브랜드이다. 중국에서의 예를 보면 중국 ‘하이얼’社의 창문형 에어컨은 79달러에 팔리고, 삼성전자의 비슷한 에어컨은 40배나 비싼 3.000달러에 팔린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저가의 ‘하이얼’ 에어컨을 구매하는 사람도 많지만, 무려 40배의 가격차가 있더라도 고객의 가치를 충족시키면 팔린다는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글로벌시대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팔 때는 경제적 잣대로 최상위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쳐야 좋고, 국내문제로 돌아서면 최상위층에게 사회적 잣대를 들이대며 양극화를 먼저 얘기하는 것은 지나친 바가 없지 않다.

하지만 그들 역시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야 할 것이 있다.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한다는 것도 하나의 지위다. 자신이 속한 지위에 대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어떠한 잣대를 들이대도 어긋나지 않는다. 기부와 자선, 윤리경영으로 많이 가진 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존경 받는 여러 선진사회와는 달리 우리사회의 자본가들은 왜 그렇게 못하는지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홈에버의 노사분규와 비정규직 문제를 지켜보니 이젠 알 것 같다.

아! 돈 많은 사람들 중에 저런 사람들이 끼여 있어서 그렇구나!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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