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의 승천, '디 워'의 흥행 승천
이무기의 승천, '디 워'의 흥행 승천
  • 장병수
  • 승인 2007.08.07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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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사에서 한 때 사라졌던 괴수 영화가 작년 <괴물>(봉준호감독)를 계기로 대중들의 폭넓은 관심을 끌더니, 급기야 2007년 8월 1일 개봉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 D-War>가 한국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무기의 전설을 SF블록버스터로 만든 <디 워>는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작 <괴물>의 속도를 넘어서 최단기간(4일) 200만명을 돌파했다.

괴물을 등장시킨 괴수 영화의 효시는 1912년 프랑스의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이 만든 <극지정복>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33년 미국의 메리안 쿠퍼 감독의 <킹콩>은 괴수 영화의 고전이 되었다. 한국영화사에서 최초의 괴물 영화는 1962년에 만들어진 김명제 감독의 <불가사리>를 꼽을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억울하게 죽은 청년이 쇠를 갈라먹는 괴수로 환생하여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다. 1967년 제작된 김기덕 감독의 <대괴수 용가리>는 특수효과를 적용한 한국 괴물 영화의 고전이다.

70, 80년대 접어들면서 한국 괴물 영화는 활력을 잃었다. 그 까닭으로 군사정권이라는 사회적인 현실로 인해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이 타파 대상으로 몰렸으며, 할리우드 영화의 기술적인 우위로 할리우드 대작들이 한국 괴물영화를 대체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어 90년대는 80년대 바보연기의 달인으로 유명했던 코미디언 심형래의 괴물 영화 감독데뷔였다. 그는 1993년 <영구와 공룡 쭈쭈>, 1994년 <티라노의 발톱>, 김기덕 감독의 <대괴수 용가리>를 바탕으로 한 1999년 <용가리> 등을 발표하면서 한국 괴물 영화의 맥을 이어갔다.

심형래 감독은 1999년 <용가리>의 실패이후 ‘사기꾼’ 취급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실패를 거울삼아 순수 우리 기술로 SF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는 사실이 ‘인간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디 워>는 블록버스터의 본고장인 미국 현지에서 최소 1500개 관으로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라는 사실에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LA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의문의 대형 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비늘을 추적하던 방송기자 이든(제이슨 베어)과 여의주의 운명을 지닌 신비의 여인 세라(아만다 브룩스) 에게 전설의 습격이 시작된다. 이무기의 전설에 맞설 거대한 전쟁에 직면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 <디 워>의 스텝들은 수많은 장면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명장면으로 ‘타워씬’을 꼽는다. 악한 이무기 ‘부라퀴’가 LA 도심에 등장해 US Bank Tower 빌딩 속으로 몸을 피한 이든과 세라를 찾아 무려 길이 200m의 거대한 몸으로 타워를 부수며 휘감고 올라가는 모습은 그 웅장함과 위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제작진이 이 빌딩을 선택한 이유는 장면의 현실감을 주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다음으로 명장면은 9.11이후 예민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도심에서 탱크신을 보여준 ‘다운타운씬’이다. ‘다운타운씬’은 LA 도심에 나타난 ‘부라퀴’ 군대가 도심 전체를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다. 심형래 감독은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실제 탱크 2대, 장갑차 2대, 짚차 1대를 동원해서 9.11이후 처음으로 걸프전에서 사용된 무기를 LA 도심으로 끌여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다운타운씬’은 영화 <디 워>의 크리처들이 총출동하는 대규모의 씬이며 가장 어렵다는 대낮 컴퓨터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실사에 가까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세 번째로 ‘신전씬’을 빼놓을 수 없다. 여의주를 차지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한 이무기 ‘부라퀴’가 여의주를 지키려는 또 하나의 세력을 만나게 되면서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운명을 건 전쟁을 보여준다. ‘신전씬’의 스케일은 실사 촬영으로 담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미니어처 세트가 사용되었다. 컴퓨터그래픽과 합성 등 영구아트 기술력의 최고조를 확인할 수 있는 라스트 20분을 긴장과 흥분감 속에서 영화를 보는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괴물영화에서 등장하는 괴물은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가 주는 경외감과 괴물들이 벌이는 파괴행위 자체로 매력이자 볼거리다. 영화<디 워> 속의 LA 도심 전투와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는 장면 등이 영화의 스펙터클함과 기술력의 결정체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영화평론가·원광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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