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암환자의 안타까운 사연
어느 암환자의 안타까운 사연
  • 이인철
  • 승인 2007.08.08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어려운 사정을 털어놨다. 친척 중에 암환자가 있지만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채 50도 되지 않은 중년의 나이에 암에 걸린 환자의 병명은 외이도암.

지난해 5월에 이미 암이 뇌까지 전이돼 3기 판결을 받은 상태다.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입원치료를 받아왔지만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방사능 치료를 받았으나 재발 된데다 항암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이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마지막으로 「탁소텔」이라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수밖에 없단다.

보험적용 안 되는 항암제

이 항암제는 유방암을 비롯해 난소암, 위암, 식도암, 비소세포폐암 등에 한해 보험이 적용되지만 외이도암에는 보험적용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항암제를 사비로 투여하려면 한번에 117만원이나 부담해야 된다. 그러나 막노동으로 근근이 생활해오며 홀어머니를 모셔온 자신마저 몸져누워 병원비는 아예 생각지도 못하는 처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급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병원비는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다.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한 담당의사는 보험적용이 어려운줄 알지만 환자의 한 가닥 희망인 이 항암제를 3차례나 처방한 후 보험처리를 요구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를 거부했다.

식약청의 허가사항 내에도 없고 암 질환 심사위원회의 공고에도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다행히 의사의 도움으로 그동안의 항암치료비용은 병원에서 부담하기로 결정해 의료비 부담은 덜었지만 마지막 가는 자식에게 더 이상 항암제를 투여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마음이야 어떠했을까?

죽어가는 자식을 지켜보는 어머니

외아들 하나만을 믿고 살아온 7십 고령인 어머니는 항암제 한번 맞는데 백만 원이 넘는 돈을 감당치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야속할 뿐이다.

어머니는 눈앞에서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매일 매일을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 그 후 한 달여가 지난 어느 날 환자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자신보다 먼저 자식을 보내야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피멍이 들 수밖에…….

항암제를 계속 투여한다 해도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항암제조차 맘껏 써보지도 못한 안타까움이 두고두고 어머니의 마음에 무거운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희귀질병 보험혜택 백여 개에 불과

이같이 안타까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작 암에 걸린 경우 보험혜택을 받는 항암제는 선진국에 비해 너무 적다는 것. 그래서 집안에 암환자가 발생하면 봉급생활자들은 살림이 거덜 나기 일쑤다.

더구나 희귀질환 환자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 약품이 보험처리가 안 돼 환자들은 물론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말할 수 없다. 미국은 천백여개 희귀질병에 대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백여 개에 불과하다.

이렇게 의료보험제도가 폭넓게 정착하지 못하고 있으나 의료비는 곳곳에서 새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조금만 아파도 병원부터 찾는다. 집집마다 먹지도 않는 약이 넘쳐나고 항생제처방도 남발되고 있다. 교통사고가 나면 무조건 입원부터 하며 이 가운데 보험금을 빼먹는 나이롱환자도 17%가 넘어선다는 집계다.

마지막 가는 암환자에게 항암치료비까지 부담하면서 끝까지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환자 진료비등을 부풀려 보험금을 착복하는 의사도 있다.

언제쯤이나 어려운 환자들이 공평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인지, 바로 우리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익산분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