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지혜로운 소비생활
고유가 시대, 지혜로운 소비생활
  • 김생기
  • 승인 2007.08.14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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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기대와는 달리 휘발유가격은 최고치 경신을 되풀이 하고 있다. '03년부터 시작된 고유가는 이제 우리 일상생활의 상수가 된 듯하다. 재론할 것 없이 높은 기름값은 국가경제와 일상소비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라살림 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정의 가계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서민들 살림살이를 갈수록 힘들게 하고 있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러한 고유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 대세인 듯 하다. 고유가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원인들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름값은 대체 얼마나 올랐고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4년 동안 원유가격과 국내유가의 기준인 국제제품가격은 세배 가까이 급등했다. 두바이원유는 '02년 배럴당 24달러에서 '06년 62달러 최근에는 7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휘발유가격도 '02년 28달러에서 '06년 73달러 올해 4월 이후에는 줄곧 8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휘발유가격은 '02년 리터당 1,269원에서 '07.7월 현재 1,551원으로 22% 상승했고, 경유는 772원에서 1,256원으로 63%가 인상되었다. 국제유가가 같은 기간 3배 오른 것에 비한다면 국내 기름값은 1.2배에서 1.6배 상승에 그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기름값은 왜 급등하고 있고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소비국의 정제시설 부족,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 투기자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1, 2차 석유위기와 1990년대의 고유가는 대부분 전쟁 등으로 인한 석유공급 차질에서 비롯된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상승이었고, 사건이 종료되면 곧바로 정상을 회복했다. 그러나 최근의 고유가는 미국, 중국, 인도 등 대소비국의 수요 증가가 그 원인이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현재의 고유가 상황은 공급 차질이 아닌 수요 증가에 의한 것이어서 기름값이 단기간 내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일부에서는 배럴당 100달러도 예상하고 있으나 상승폭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힘들 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기름값은 우리가 원천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고, 앞으로 현재보다 더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상정한 정부의 대책과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눈을 안으로 돌려보자.

국민과 언론은 기름값 낮추기 위해 세금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유류세 인하 불가 원칙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국세중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기 힘들 것이다. 정유사 마진축소로 인한 유가인하에도 한계가 있다. 정유사는 내수시장에서 기름값을 올려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수익 대부분이 수출과 기름이 아닌 다른 부문에서 거둬들인 것이다. 지난해 정유사가 기름을 팔아 벌어들인 수익 9,000억원을 모두 포기하고, 이를 유가인하를 위해 쓴다 해도 리터당 7원 남짓할 정도이다. 최근 정당과 정부에서 세금인하를 위한 대책과 석유유통부문 개선책들이 발표되고 있기 때문에 불가불 어떤 조치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전술한 바를 상고해 볼 때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기름값'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예전과 같은 '값싼 기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값싼 기름'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되겠지만, 소비자 역시 '고유가 시대'에 걸맞는 인식과 합리적인 소비생활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은 개별 국민의 지혜로운 소비생활이 한 국가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는 연비절감효과가 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고, 특히 일본은 경차와 소형차 비중이 70%를 넘어선 반면 우리나라는 '02년 25%에 달하던 경차 및 소형차 비중이 지난해에는 10%로 감소하고 대형차가 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태생적으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에서 사는 처지를 생각한다면 '기름값이 더 올라가도 적응할 수 있는 체질'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지혜로운 소비생활은 고유가 극복을 위한 첫 걸음이다.

<대한석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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