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만 고집하는 게 능사인가
새것만 고집하는 게 능사인가
  • 김영기
  • 승인 2007.08.16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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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에 민간투자사업으로 컨벤션 센터와 아파트를 짓고 필요한 체육시설은 대체부지를 마련하여 이전하며 이미 계획했던 체육회관, 여성교육문화센터를 건축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면 종합경지장부지는 대단위아파트단지와 컨벤션센터로 뒤바뀔 것이다. 과거에는 아파트 사업이 관의 방조 속에서 천정부지의 분양가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이의 일부를 대체부지 확보와 건축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 과도한 초과 이윤확보도 어려울뿐더러 아파트 단지가 더욱 확대되고 고층, 고급화해도 참여업체가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전주 현실에서 위험 부담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아니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아파트 단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녹지공간 확보는 차치하고 더 많은 혜택을 참여업체에 주거나 수익성을 따지며 업체의 참여가 없어 사업이 난항에 빠질 수 있다. 과연 사업타당성이 있는 지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대형 프로젝트를 선호해왔다. 겉이 화려한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홍보효과를 극대화시켜 치적자랑과 함께 표를 확보하는 이해가 단체장과 의원들이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사업 하나 이루어지면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들의 홍보물에 서로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되곤 했다. 한마디로 정치논리에 의해 대형축제나 관공서 신축사업이 많이 추진되었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책실명제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법적인 강제도 없을뿐더러 후과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시기에는 임기를 모두 채웠거나 정계를 은퇴한 경우가 태반이므로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쫓았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북에는 너무도 많다. 전주월드컵 경기장이 거대공룡으로 있으면서 막대한 관리비와 운영비를 축내고 있다. 이를 만화하기 위해 골프장 임대와 예식장, 사우나 시설위탁을 주었지만 이마저 지자체의 졸속 추진으로 임대업자의 버티기와 소송에 끌려 다니며 제대로 임대료를 받지도 못했다. 결국 도민들의 혈세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축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소리축제와 소리의 전당 운영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전주전통문화센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라북도와 전주시에서는 미래의 관광수요와 국제규모의 호텔과 회의장 부족을 거론하며 컨벤션센터 건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초기에 소극적이던 전주시도 전북도를 쫓아 적극 나서고 있다.

전주리베라 호텔도 년 중 소수의 특정 시기를 빼고는 객실이 남아도는 마당에 고급숙박시설과 국제 회의장은 성격이 다르다며 사업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컨벤션센터는 모든 지자체의 애물단지이다. 당위성과 필요성만 가지고 추진, 건립한 결과이다. 각 지역 월드컵 경기장과 함께 돈 먹는 하마가 된 지 오래이다. 부산을 비롯한 한두 곳을 제외하고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전주가 여타 다른 대도시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갖는 지 의문이다. 전주종합경기장도 마찬가지이다. 컨벤션센터를 짓더라도 이전대체시설을 건설해야 한다. 수 천 억 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 마련을 위해 결국 관이 앞장서서 땅 장사를 해야 한다. 과거 전주시가 개발비용마련을 위해 땅값을 상승시켜 대전, 광주보다도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선례가 있다. 천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건설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 와중에 녹지공간 확보는 공염불이 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무조건 대형건축물 건설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컨벤션센터는 영화제를 비롯한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필요하므로 어차피 막대한 운영비가 투여되고 있는 소리의 전당 국제회의장의 리모델링이나 증개축도 가능하고 리베라 호텔주변의 공터를 매입하여 중소규모 컨벤션 센터를 건립할 수도 있다. 호텔은 기존 시설에 대한 리모델링을 통한 고급화로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부지가 최적이라면 대체시설 마련 계획에 월드컵 경기장을 개축하여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보아야 한다. 1년에 며칠 사용하는 축구경기를 위해 소모되는 예산이 너무도 크다. 또한 경기장이 노후화되기 전에 이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도 없다.

이제 새롭게 고민해야할 시점에 왔다. 전북도청사 이전으로 구도심을 공동화시켜놓고 구도심 활성화에 끊임없이 자금을 투여해도 효과가 나지 않는 것이나 대형마트와 백화점 입점을 모두 허가해주며 편의까지 봐주면서 소상공인과 재래시장을 살린다며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당시에도 청사 이전보다는 리모델링을 통해 구도심의 공동화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대세에 밀려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무조건 새것만을 고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외국손님은 브랜드 가치를 보며 찾아와 머물지 고급호텔과 컨벤션 센터가 있다고 몰려드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유명 국제도시와 관광도시들을 보면 인구도 적고 우리의 여관과 수련원 수준의 고풍스러운 허름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수 백 만 명이 찾는 명소가 많다. 터미널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이전이 유보되고 터미널의 개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자가용의 증가와 함께 버스 승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조건에서 더 이상의 고속버스나 버스터미널의 확장이전은 불필요하다. 현재 공간의 적극적인 활용과 리모델링, 증개축을 통해 현대화할 수 있다.

전북 전체적으로 대규모 토목 사업과 건축사업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예산낭비 없고 실정에 맞는 작지만 효과적이며 내실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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