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동전이 씨가 되어 피운 통일의 감자꽃
남한 동전이 씨가 되어 피운 통일의 감자꽃
  • 박규선
  • 승인 2007.08.17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필자가 찾은 북녘은 그야말로 감자 꽃 천지였다. 개마고원을 환하게 덮고 있는 감자 꽃을 보면서 나는 그게 통일의 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감자들은 모두 우리 남한에서 지원한 씨감자생산공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이론이나 구호가 아닌 저렇게 하얗게 온 세상을 덮고 있는 꽃들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번 방북은 월드비전의 후원자 자격으로 대홍단 감자원종생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2000년 북측과 씨감자생산사업에 대한 실무합의서를 체결한 후 평북 정주와 함흥, 그리고 함해도 배천에 이어 이번에 양강도의 대홍단에 대단위 씨감자 공장을 세움으로써 연간 1800만 알의 무바이러스 씨감자를 공급하게 되었다. 이 씨감자로 4만 Km에 이르는 개마고원을 감자농원으로 만들어 북한의 3~4개월 식량을 생산하게 된다고 하니 실로 감개가 무량했다.

꽃이 활짝 핀 감자 밭은 단순히 북한을 돕는 차원이 아닌 남북이 하나가 돼 이룬 쾌거였다. 우선 남한의 정성이 모아졌다. 학생들은 동전을 모우고, 연예인들은 출연료의 일부를, 또 작가들은 인세의 일부를 쾌척했다. 그렇게 월드비전에 모아진 성금들로 북한에 씨감자 공장을 세우고, 여기에 남과 북의 육종학자들이 모여 함께 가장 좋은 씨감자를 생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씨감자만 생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그 밭에서 생산된 식량용 감자를 오랫동안 저장할 저온 창고도 지원할 계획이다. 감자를 많이 생산해도 저장시설이 없어서 썩어버리기 때문에 가용식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온창고가 만들어지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이번에 준공식을 가진 대홍단은 백두산과 삼지연이 지척에 있는 양강도의 작은 지역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두만강이 흐르는 한반도의 최북단이다. 사실 백두산 장군봉에서 장엄한 천지를 보고 베개봉 호텔에서 하루를 묵은 후 대홍단으로 출발하던 날 아침, 한 여름에 맛보는 고원의 서늘함이 너무도 좋았다. 나를 감싸고도는 상큼한 바람과 왠지 낯설 것 같았던 북녘에서 뜨거운 동포애도 느꼈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7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났던 그 감회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2007년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는 것이니 북녘에서 느꼈던 통일의 열기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 약간은 흥분이 되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 했듯 통일은 이론이나 구호보다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하다.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꾸 딴지를 거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되자 한쪽에선 퍼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모두 알다시피 남한은 북한 보다 분명 잘산다. 그러니까 잘사는 남한이 북한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 대책 없이 퍼주면 문제겠지만, 현재의 남북 관계를 주판알 퉁기듯이 야박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경제 수준이 올라와야 대화도 되고 남북 관계도 진척이 된다. 또 통일 후 남한의 부담도 줄어든다. 그것만이 아니다. 남과 북의 신뢰로 이룬 경협은 남한 경제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북한에 지원하는 것들은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씨감자와 같은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일본의 군비증강과 중국의 동북공정 등 어려운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중국은 2006아시안 게임의 성화를 백두산에서 채화(採火)한 이후 자국의 관광객들을 백두산 지역에 집중시키는 등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민족이 강해져야 한다. 민족의 문제는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 대처하기는 힘들다.

남한 학생들이 한푼 두푼 모은 동전이 씨가 되어 북녘의 감자 꽃을 활짝 피웠듯이, 통일을 위한 저마다의 작은 실천이 씨앗이 되어 언젠가 큰 통일의 꽃밭으로 넘쳐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민족 공동체를 위한 사업에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야 한다.

이제 곧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다. 7년 전 6·15 선언으로 남북관계가 발전했듯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

<전북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